노무현 정부의 첫 장.차관급 인사에서 재정경제부 내 세제실 출신이 대약진한 반면 그동안 '주류'로 인정받아온 금융정책국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부진, 눈길을 끌고 있다. 이같은 재경부 내 판도 변화는 법조인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이 개혁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는 '세제를 통한 소득 재분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어서 본격적인 재경부 내 '세력 재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세제 전문가로는 첫 경제팀 수장(首長)으로 임명된데 이어 국세청장에도 재경부 세제 관료로 잔뼈가 굵은 이용섭 관세청장이 발탁됨으로써 재경부 세제 관료들은 거시경제와 세제(稅制), 세정(稅政)을 모두 장악하게 됐다. 막판 '지역 안배'로 인해 차관급 인사에서 빠지긴 했지만 최경수 재경부 세제실장과 한정기 국세심판원장 등도 다음 인사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막강한 권한과 선배를 극진히 챙겨 주던 옛 재무부 관료들을 미국 갱조직에 빗대 표현했던 모피아(옛 재무부의 약칭 MOF에 마피아를 합성한 말)라는 말 대신에 최근에는 '세(稅)피아(세제+마피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세제 전문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금융쪽에서는 윤진식 재경부 차관이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 유지창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 유력 인사들이 '부름'을 받지 못했다. 재경부 내 금융 관료들의 퇴조는 김대중 정부 들어 금감위가 출범하고 금융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장관감'이라는 평을 들어온 윤증현 당시 금융정책실장이 외환위기의 책임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고 재경부 금융정책실(1급 관리관)이 금융정책국(2급 이사관)으로 위상이 낮아지면서 옛 재무부 시절 이재국의 위상은 급격히 축소됐다. 종합금융 리스 등 옛 재무부 산하에 있었던 제2금융권 회사들이 거의 없어져 퇴직관료들의 자리를 마련해 주던 '전관예우'도 어려워 조직력이 급속히 약화됐다는 평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