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벤처캐피털의 경영실적이 예상보다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국내 벤처투자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2001년 20억원의 순익을 올렸던 TG벤처는 최근 지난해 순손실이 무려 745억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져 업계 관계자들을 경악케 했다. TG벤처가 이같은 최악의 실적을 거둔 것은 주가가 폭락한 투자기업에 대해 대규모 손실처리를 단행했기 때문. 343억원을 투자한 두루넷을 전액 감액손실 처리한데 이어 삼보컴퓨터에 대해서는 170억원, 나우콤에 대해서는 100억원 가량을 손실처리한 결과가 700억원이 넘는 적자로 귀결됐다. 국내 1위의 벤처캐피털업체인 KTB네트워크도 2001년 132억원의 순익에서 지난해253억원의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 한때 90선을 넘봤던 코스닥지수가 하반기에는 50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투자기업의 코스닥 등록을 통한 투자회수에 실패, 440억원의 대규모 감액손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메이저 벤처캐피털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기술투자만이 지난해 11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 회사가 지난해 구조조정투자 부문에서 미도파 투자지분을 매각하면서150억원이 넘는 이익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벤처투자 부문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낸것으로 분석된다. 영화, 음반,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에 활발한 투자활동을 벌였던 무한투자도지난해 손실 규모가 100억원을 넘어섰다. 벤처캐피털 종사자들은 올해도 코스닥시장의 침체와 IT(정보기술)산업의 불황이 이어지면 '투자의 악순환'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벤처투자→코스닥 시장 침체로 인한 등록 실패나 주가하락→투자손실 발생→투자축소'의 악순환으로 인해 벤처산업 발전의 원동력인 벤처투자가 극도로 침체될 수있다는 우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코스닥시장의 회복"이라며 "올해도 코스닥시장이 살아나지 못할 경우 벤처캐피털들이 지난해보다 더욱 벤처투자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ssah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