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최태원 SK(주) 회장을 전격 구속하는 등 재계를 향해 '사정의 칼날'을 휘둘렀던 검찰도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26일 노무현 대통령이 "사정 활동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점을 감안 당분간 기획수사는 피하고 고발이나 진정 사건 위주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 마무리 단계의 SK수사 최 회장과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을 구속한 서울지검 형사9부(이인규 부장검사)는 현재 이들을 기소하는데 필요한 보강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 마무리에 치중하고 있다. 또 주식 맞교환 및 JP모건과의 이면거래를 주도한 SK그룹 임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손길승 SK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다음주중 소환 조사한 뒤 기소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보강조사를 마친 뒤 다음달 10일께 최 회장을 비롯한 관련임원들을 일괄 기소하고 SK수사를 일단락 지을 계획이다. 검찰은 "현재까지 비자금 장부 등 큰 범법 행위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드러난 것은 없다"며 수사가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 한화그룹은 통상적 고발수사 수준 검찰은 한화그룹 분식회계 의혹 수사가 그룹에 대한 전면적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인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일 뿐 'SK 다음 타깃이 한화'라는 얘기는 억측"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주)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유통 등 3개사가 지난 99년과 2000년 주식을 순환매입해 생긴 '부의 영업권'을 일시에 계상함으로써 이익규모를 부풀리고 부채비율을 1백88%로 떨어뜨렸다는 사실관계는 이미 조사를 마친 상태다. 문제는 한화의 이같은 회계처리가 위법한지 여부다. 참여연대는 "대한생명 인수자격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고의적인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한화측은 "부채비율 요건은 이미 99년과 2000년에 충족됐기 때문에 분식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한생명 매각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등도 이 문제를 검토했던만큼 이들의 의견도 들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소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말로 대신했다. ◆ 다른 그룹으로의 수사 확대 여부 SK그룹과 유사한 형태의 주식 내부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 두산그룹 등에 대한 수사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이 검찰에 연루된 사건은 삼성SDS건과 에버랜드건 등 두 가지. 검찰 관계자는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 "삼성SDS 사건과 밀접히 연계돼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본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오너4세들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을 받아왔으나 지난 22일 대주주 일가가 보유중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 1백59만주를 전량 무상 소각키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잘못된 관행이 바로 잡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혀 자체적인 인지 수사에 나설 계획은 없음을 내비쳤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