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연초부터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대형 수주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 침체에 따른 발주량 감소로 사실상 '개점 휴업'에 가까웠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수주풍년 이어질 듯=한진중공업은 2월말 현재 컨테이너선 11척 등을 포함,12억달러가 넘는 수주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목표량 9억달러의 79%를 달성했다. 한진측은 올해 목표를 11억달러로 상향조정할 계획이다. STX조선도 올 들어 21척 5억9천만달러어치를 수주,올해 목표량 8억5천만달러의 3분의 2가 넘는 69%를 달성했다. 수주잔고만 55척에 달해 향후 2년반 동안의 건조물량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도 올 들어 13척 6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 회사측은 금주 중 3억달러의 추가수주가 예상돼 이달 말까지는 올해 목표 30억달러의 30%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8척 4억4천만달러의 수주실적을 올리며 올해 수주목표인 20억달러의 22%를 달성했다. 수주잔고도 특수선 5척을 포함,총 83척 63억4천만달러에 달해 2005년 상반기까지의 건조물량을 확보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여러 건의 대형계약이 성사단계에 있다며 올 수주목표 28억달러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가 바닥권 탈출=수주량이 증가한 것은 세계적인 노후선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해 선주들이 서둘러 대체선박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페인 연안에서 프레스티지호가 침몰하면서 대규모 해양오염사건이 발생한 이후 유럽연합(EU)이 이중선체 규제를 서두르고 있는 점도 선주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선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대규모 선박 발주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바닥을 쳤던 선가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선종별로 5∼10%가량 오르자 추가 상승하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가수요까지 발생,선주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으로 최근 해상운임이 오르고 있는 것도 선박발주량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대박수주'가 당장 조선업체의 수익성 개선효과로 이어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이종승 우리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수주한 물량은 내년 이후에 건조되기 때문에 당장 수익증가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선가의 바닥확인,안정적인 수주물량 확보 등이 장기적인 성장추세를 뒷받침하는 호재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