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취임사에서 '동북아 시대의 번영'을 국가 발전의 장기 비전으로 제시했다. "부산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사서 평양 신의주 중국 몽골 러시아를 거처 유럽의 한복판에 도착하는 날을 앞당겨야 한다"며 "동북아 지역의 경제적 번영과 평화 공동체 실현을 위한 중심국가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 시대' 개척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동북아 물류.금융 중심지 개발 시장과 제도 개혁 과학기술 혁신 지역 균형발전 등을 제시했다.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거듭 밝혔다. ◆ 주목되는 '동북아 중심국가론' 노 대통령은 지리적 이점을 살려 한국을 동북아시아 지역의 물류 및 금융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의 네배가 넘는 인구가 살고 있고 경제규모도 세계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동북아시아(한국 중국 일본) 지역에서 지정학적 이점을 충분히 살려 한국이 중심축 역할을 맡도록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인천.부산.광양항을 3대 물류기지로 개발하고 외국의 선진 금융회사들이 적극 들어오게끔 금융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연결사업을 진행중인 경의선과 중국철도, 동해선과 시베리아철도를 연결하는 신(新)실크로드를 개발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지난날에는 고통을 주었는데 오늘날에는 오히려 기회를 주고 있다"며 대륙으로 뻗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남북한 평화공동체를 이뤄 동북아 지역에 유럽연합과 같은 공생질서를 정착시킨다는 장기 비전도 내놓았다. ◆ '시장.제도 개혁' 예고 노 대통령은 "개혁은 성장의 동력"이라며 "시장과 제도를 세계 기준에 맞게끔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제반 요인들이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말도 했다. 그동안 다듬어 온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금융감독 강화, 회계제도 개선 등 핵심 개혁과제들을 집권초부터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출자총액제한 등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또 국민통합 방안으로 "소득격차 등 계층간 격차를 좁히기 위한 교육과 세제 개선"을 제시했다. 빈민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 기회를 늘려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상속.증여세 완전포괄과세와 중산.서민층에 대한 근로소득공제 확대 등으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높이겠다는 '균형 성장론'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 '과학기술 혁신' 강조 노 대통령은 "과학기술을 부단히 혁신해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과학기술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과학분야 핵심인력 양성과 연구개발비 투자에 적극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세계 일류의 정보기술(IT)산업 육성에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식정보화 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전통산업에 속해있는 기업들이 첨단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 '지역균형 발전'에 주력 새 정부는 중앙 집권과 수도권 경제집중 완화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노 대통령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 발전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비상한 결의로 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과 함께 지방 재정확충을 위한 일부 국세의 지방세 전환 등의 '개혁 공약'이 어떻게 실현될지 주목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