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공기업 정책은 "개혁은 가속화,민영화는 신중히"로 압축할 수 있다. 그동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물론 노 대통령 스스로도 당선자 시절부터 공기업 민영화 자체는 물론,이미 민영화된 공기업 자체에 대해서도 다양한 문제의식을 표출해 왔다. 우선 기존 공기업 민영화의 노선 수정이 가장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공공정책에 대해 신자유주의를 이론적 기반으로 삼았던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세계적 추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공기업의 공공성,노사관계,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민영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조건 매각에 따른 폐해를 막아보겠다는 뜻이다. 한국전력도 이런 취지에 따라 경쟁이 가능한 발전부문은 민영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경쟁이 어렵다"고 밝힌 배전부문은 상당한 재검토 과정을 거쳐야 민영화에 대한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산업도 시설은 국가가 소유하고 운영부문은 공사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 사실상 민영화와는 다른 방향의 개혁이 이뤄질 전망이다. 민영화하기로 방침이 확정된 공기업들도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민영화 추진이 어려울 전망이다. 노 대통령이 인수위 활동기간 내내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두산중공업 사태는 이런 문제의식을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더라도 특정 재벌이 지배하는 폐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분을 기금과 종업원,그리고 전략적 투자자에게 분산 매각함으로써 경영권 전횡을 방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연기금 등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방법도 동원될 전망이다. 따라서 현재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남동발전소는 경영권을 포함해 일괄매각 매각작업이 계속 진행되지만 나머지 5개 자회사는 지분 분산매각 쪽으로 방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민영화되지 않은 공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개혁의 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성과를 내야 하는데는 실적위주 경영하는 사람이 가야하며 공익성이 중요한 곳은 공익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적재적소"라는 인사원칙을 예외없이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새 정부가 수백개에 이르는 공기업 및 산하단체에 대한 분석을 끝내면 일단 대대적인 물갈이로 개혁작업을 시작하겠다는 복안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 공기업 인사시스템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확정한 국정과제에서도 이 부분은 "바람직한 인사시스템 구축" 정도로만 언급돼 있다. 따라서 기존 사장 추천위원회의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정실인사의 가능성을 없애는 방안과 성과중심의 인사시스템 도입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