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 한층 강도높은 금융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는 금융회사 대주주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를 하는 금융회사를 계열 그룹에서 강제 분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금융구조 개혁이 시장 안정과 대외신인도 제고에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미완의 개혁이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개혁은 산업자본의 무분별한 금융지배를 차단하고, 금융시장 전반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금융회사간 공정한 시장경쟁을 유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는 우선 금융감독기구를 통해 금융회사 대주주와 주요 출자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보험사 등 2금융권 회사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인수해 운영하면서 부당 내부거래를 일삼아 동반 부실해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설립때 요구하는 것과 똑같은 자격요건을 부과한다는 큰 방침은 이미 정해졌다. 대주주의 부실 여부를 금융감독기관이 직접 따져볼 수 있도록 대주주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직접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속적으로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점검해 일정한 기준에 못미칠 때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대주주 자격유지제'를 전면 도입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회사가 대주주 및 계열회사에 제공할 수 있는 대출금 한도도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금융회사는 대주주 및 계열사와 거래할 때 내역을 공시해야 하며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비상장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감독은 상장회사 수준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를 도입하는 한편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유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을 뿌리부터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증권시장 투명성 확보를 위해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가 강화된다. 부실 상장기업에 대해서는 한층 강화된 퇴출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증권시장과 선물시장, 코스닥시장 등 3개 시장으로 중복 분산된 기능은 통합된다. 노무현 정부는 서민층과 중소기업 금융 이용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할 예정이다. 서민층의 자금난을 풀어주기 위해 급격한 가계대출 억제책을 완화하고 개인워크아웃제도를 활성화해 신용불량자 확산을 막을 방침이다. 특히 개인워크아웃제도가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실효성있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보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노무현 정부는 또 우체국 금융제도를 개편, 금융시장의 공정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부 내에서조차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다원화돼 있는 금융감독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것도 노무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꼽혔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