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를 읽은 기관투자자들이 포스코 유상부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나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정부의 영향권에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공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유 회장 개인이 재판계류중인 점을 거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포스코를 시발로 공기업 전반의 지배구조 문제를 뜯어고치려는 새정부의 '개혁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대주주, '연임 안된다' 정부 영향권에 있는 대주주들은 유 회장의 교체를 검토하는 근거로 유 회장이 작년 6월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매입사건과 관련해 불구속기소된 점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말해 앞으로 재판결과가 어떻게 결론 내려지느냐에 따라 유 회장의 회장직 유지여부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연임을 허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 정부 고위관계자는 "포스코 정관상 일정수준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CEO자격을 유지할 수 없도록 돼있다"며 "이 경우 지배구조상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연임을 허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김대중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따라 지난 2000년 9월 민영화됐지만 아직도 기업은행 2.6%를 포함해 정부쪽 지분이 5∼6%에 달하고 있다. 이는 포항공대등 특수관계인 지분 3.59%보다 많아 지분구조로만 보면 정부가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측 입장을 대변하는 기업은행과 한국투신.대한투신 등은 다음달 1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 회장의 연임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 공기업 지배구조 개혁 '신호탄' 기업은행을 비롯한 일부 기관투자자들의 유 회장 연임 반대 검토는 단순히 포스코라는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전체 공기업 지배구조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공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입장을 강력히 천명하면서 포스코 회장직 교체 문제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시각이다. 노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포스코와 KT등을 직접 거명하며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민영화된 공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사외이사들을 자신의 구미에 맞는 사람들만으로 구성하면서 이사회와 사장추천위원회 등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인수위원회는 이에 따라 민영화 과정에서 공기업의 지배구조를 적정하게 유도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공정한 선임과 권한강화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제고 등을 골자로 하는 제도적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민영화된 공기업이 사적 독점으로 인한 폐해가 적지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노 당선자의 지적은 매우 적절한 것"이라며 "앞으로 민영화되는 공기업이 독립적인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말했다. ◆ 포스코 '연임 문제없다' 포스코는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회장 연임 거부 움직임에 대해 "CEO는 경영성과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홍보팀 윤석만 전무는 "최근에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와서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지난 2년간의 훌륭한 경영성과를 감안하면 연임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미리 재판결과를 예단해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들은 특히 전체 의결권의 61%를 차지하는 해외주주들이 그간의 경영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유상부 회장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정부가 이미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민영화 근본취지를 훼손하는데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모양새를 띠게 돼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