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분식회계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 결국 공적자금을 축낸 '거물' 부실기업주들을 무더기로 검찰에 수사의뢰 했다. 예보는 부실기업에 대한 조사강도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어서 회사가 거덜나면서 금융기관을 부실화시킨 기업주들이 줄줄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 분식회계.사금고화 `애용' 부실기업주들은 분식회계로 기업의 재무상태를 좋게 만들어 금융기관 대출을 받거나 부실계열사에 돈을 퍼부었다. 기업자금을 사금고화한 사례도 많았다. 이때문에 금융기관들은 부실기업을 멀쩡한 기업으로 오판해 대출을 했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큰 손실을 봤고 투자자들이 산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은 95년∼97년 매출액을 부풀리고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1조4천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장진호 전 진로회장과 이준호 전 충남방적 회장, 박건배 전 해태제과 회장 등도 분식회계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또 장 전 진로회장은 부실계열사인 진로종합유통, 진로건설, 지티비, 우신공영등의 기업어음을 인수해 주는가 하면 이들 계열사가 진로 명의의 어음을 금융기관에서 할인받아 사용하도록 해 8천400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이로인해 우량회사인 진로가 부실화했다. 최 전 동아건설회장도 자본금이 완전잠식된 동아생명보험의 증자에 참여했다가 주식이 무상 소각돼 1천400억원의 손실을 불러왔다. 박건배 전 회장도 대외 지급능력을 상실한 한국엔지니어링에 별도의 채권보전조치 없이 97억원을 빌려줬다가 79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회사 자금을 사금고처럼 활용한 케이스도 많았다. 장 전 회장은 94년부터 97년까지 진로, 진로종합유통으로부터 884억원을 빌린 뒤 아예 갚지 않았다. 장수홍 전 청구 회장은 주택조합외 2곳의 건설현장에 대해 조합원의 이주 및 사업비 대여금 명목으로 233억원을 대여한 것으로 조작해 이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이 밖에 허위 무역거래를 이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가 하면 리스를 거짓으로 꾸며 은행의 돈을 축냈다. ◆ 숨긴재산 회수 쉽지않을 듯 예보는 부실기업주들의 재산을 찾아내 최대한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대부분 가압류나 채권보전조치 등을 피하기 위해 가명.차명등의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려 자금회수가 쉽지않을 전망이다. 예보는 은닉재산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포상금을 내거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으나 들인 '공'에 비해 결과는 신통치 않은 실정이다. 이순목 전 우방 회장은 본인 소유의 20억원 상당 부동산을 최종 부도가 나기 3개월전인 2000년 5월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모 학교법인에 거짓으로 매매했다. 엄상호 전 건영회장은 6억원 상당의 주식을 회사정리절차 개시결정이 난 뒤인 2000년 12월 아내와 자식이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에 판 것으로 꾸몄다. 김의철 전 뉴코아 회장은 채권금융기관의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최종부도 직후 경기도 성남시 소재 부동산(취득가액 14억원)에 대해 직원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도 했다. 또 이준호 전 충남방적 회장은 워크아웃 이후 모 은행에 부인등 가족 명의로 10억원 상당의 예금을 은닉하고 있다가 발각됐다. 예보 박시호 특별조사기획부장은 "각종 자료를 활용하면서 숨겨 놓은 재산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회수되는 금액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 예보 "조사강도 높인다" 예보는 기업의 건전한 책임경영 풍토를 정착시키고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위해 부실 채무기업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부실채무액 1천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한 조사를 완료한데 이어 올해에는 500억원 이상인 기업에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예보는 올 해 70개 기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조만간 부실채무액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조사대상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내년에는 부실채무액이 100억원 이상인 기업까지 조사범위를 넓히는 등 앞으로 최소한 3∼4년 동안 부실채무기업에 대한 특별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예보는 부실책임이 밝혀지는 대로 검찰에 수사의뢰해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부실채무기업으로 인해 피해를 본 금융기관이나 기업들로 하여금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