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SK그룹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를 계기로 재벌그룹들의 비상장기업을 통한 변칙적인 상속.증여 의혹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주주나 친인척들이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살 때는 싸게, 팔때는 비싸게 평가해거액의 차익을 볼 수 있게 하거나 이들이 소유한 비상장 회사에 주력 계열사의 영업권 등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해당 회사를 알짜기업으로 탈바꿈시켜 부를 이전하는 지렛대로 이용한다는 의혹이 일고있기 때문이다. ◆비상장 기업 활용사례 = SK의 경우 SK글로벌[01740]과 SK C&C가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워커힐호텔 주식 38만주를 주당 4만495원씩 모두 1천560억원에 매입하고 최 회장은 이 돈으로 지주회사인 SK㈜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워커힐호텔 주가를 4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호텔신라의 매출액과 순이익, 자본금 등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니냐는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 94년 대한텔레콤을 4억원에 인수해 설립한 SK C&C가 SK텔레콤의 전산 아웃소싱을 맡은 이후 6년만에 매출이 200배나 성장했다면서 SK텔레콤이 최 회장이 최대주주인 계열사에 과다한 용역비를 지불했다며 부당내부거래 가능성을 주장했다. 삼성 역시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주력 계열사 지분 확보과정에서 비상장 회사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99년 2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321만7천주를 주당 7천150원에발행, 이 회장 자녀 4명에게 65%를, 구조조정본부의 이학수 사장과 김인주 전무 등그룹 임원들에게 35%를 배정했는데 당시 삼성SDS의 장외거래가격이 5만8천원대였기때문에 이들이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 아니냐고 참여연대는 이의를 제기했다. LG 역시 구본무 LG회장 등 LG그룹 경영진 일가족은 99년 6월 LG화학이 보유중이던 LG석유화학의 전체 지분 70%에 해당하는 2천744만주를 주당 5천500원에 매입한뒤 LG석유화학이 2001년 상장되자 보유주식중 170만여주를 일정기간 주당 1만-2만원에 장내에서 매각, 1천651억원의 차익을 거뒀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정몽구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비상장사 본텍과 상장사인 현대모비스[12330]를 합병해 정 부사장이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했었으나 현대모비스 주가가급락하는 등 시장과 여론의 부정적 반응 때문에 합병을 포기했었다. 정 부사장은 2001년 본텍 지분 30%를 액면가인 주당 5천원씩 15억원에 매입했으나 이후 본텍이 기아차 뿐 아니라 현대차[05380]를 안정적인 납품처로 확보, 주식가치가 급상승한 것으로 평가받았으며 계획대로 합병이 성사됐을 경우 주력 계열사의지분확보는 물론 엄청난 평가차익도 예상됐었다. ◆비상장 주식평가 기준마련 시급 = 재벌기업 대주주 등이 이처럼 비상장 회사를 활용, 지배구조를 강화하거나 막대한 차익을 거두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이들은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면서 회계법인 등의 자문을 통해 나름대로 주식가치에대한 적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부당성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나 개인으로서는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의 이익을얻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면서 "비상장 주식의 가치평가가 문제된다면 관련 규정이나 법을 정교하게 만들어 편법의 여지를 없애야지 사정당국이 주관적으로판단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대주주나 친인척이 소유한 기업에 특정 제품에 대한 공급권을 제공하더라도경쟁사에 비해 현저하게 차별대우 하지 않는 한 부당내부거래로 규제할 수도 없는상황이다. 이에따라 비상장 기업의 주식평가와 대주주 및 친인척 소유 기업간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회계 전문가는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부풀릴 때 대주주나 기업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미래 기업활동의 조건이 되는 가정 자체를 비현실적으로 꾸미는 것"이라면서 "어떤 가정을 세워 기업가치를 평가했는지를 따지면 비상장 주식의 가치가제대로 평가됐는지의 여부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