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이 17일 SK그룹 사무실에 대해 이례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데 대해 SK는 물론 재계 전체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이번 조사가 SK그룹과 JP모건간 주식 이면거래와 부당 내부거래 의혹에 한정된 것으로 보면서도 혹시라도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제기했던 각종 소송사건들로까지 파장이 확대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초긴장 상태다. 특히 노무현 차기 정부가 재벌개혁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데다 변칙상속 의혹에 대한 내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오고 있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측 반응 SK는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데다 검찰이 예고없이 불쑥 들이닥친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검찰이 재벌그룹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압수수색한 전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SK(주) 회장과 손길승 그룹회장이 참여연대에 의해 고발됐고 지난주 주요 임원들이 소환됐기에 검찰 수사가 시작된 줄은 알았으나 이렇게 전격적으로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최 회장과 손 회장은 이날 조사를 직접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회장과 전직 임원을 포함해 17명이 출국금지대상에 포함되자 SK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특히 주요 경영진이 각종 해외출장을 나가지 못해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SK 고위관계자는 "지난주 손길승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에 취임한 뒤 노무현 당선자를 만나 새 정부에 대한 협조를 약속하는 등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렇게 갑작스레 압수수색을 당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면계약은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배임으로 볼수 없다"며 "검찰에도 사실대로 소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K는 새 정부가 재벌개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전경련 회장사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 반응 삼성 LG 등 재계도 SK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 조치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자료제출을 요구하지 않고 직접 사무실을 찾아와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계의 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반응은 한결 착잡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SK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사법조치에 들어간 것은 여러모로 '상징성'을 갖는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재계 총수들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도 당사자들을 소환조사했지 이번처럼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서지는 않았다"며 "기업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상무에 대한 변칙증여 의혹으로 참여연대측의 공세를 받은 삼성, LG석유화학 지분 매각으로 손배소송을 당한 LG, 분식회계혐의로 검찰고발을 당한 한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변칙상속 의혹을 받는 두산 등 다른 그룹들도 이번 사건이 재벌 전반에 대한 사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