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글로벌 연구개발(R&D) 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의 연구개발 센터를 유치하는 단계를 넘어 해외에 연구기지를 세우거나 외국의 첨단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연구개발 능력을 확충,기술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 ◆밖으로 뛰는 중국기업=정보기술(IT) 기업인 상하이원더스인포메이션은 최근 미국에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키로 하고,국무원의 승인도 받았다. 미국의 첨단기술 확보와 함께 현지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다. 상하이시 과학기술위원회는 5백개 이상의 지역기업이 오는 2005년까지 총 10억달러를 투자,해외에 연구개발 기지를 세우거나 외국기업 인수에 나설 것으로 추산했다. BOE테크놀로지가 얼마전 한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업체인 하이디스를 인수한 것도 같은 목적이다. 하이디스의 인수로 최첨단 기술집약형 제품인 5세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의 생산라인 구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중국기업의 해외투자는 그동안 석탄 석유 등 자원 확보를 위한 게 주류였으나 최근들어 이처럼 첨단기술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해외자산 쇼핑 붐'이 확산되고 있다.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해 11월의 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기업이 해외에 적극 진출해야 할 때가 됐다"며 쩌우추취(走出去) 전략을 강조했다. ◆다국적기업의 연구기지 기능도 강화=GE는 오는 5월 2천만달러를 투자,연구개발센터를 상하이에 설립한다. 첫 해는 플라스틱 부문의 엔지니어 50명을 현지인 위주로 고용할 예정이다. GE는 앞으로 모든 사업에 대해 연구 개발할 수 있는 초대형 연구센터로 발족시킨다는 방침이다. 소니도 올해말까지 상하이에 연구소를 설립,시스템 칩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소니는 현지 엔지니어 50명 가량을 고용할 예정이며,AV 장비 및 노트북 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시스템칩을 개발한다. 소니가 해외에서 시스템칩 개발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국적기업의 연구센터는 상하이에만 컴퓨터 생명공학 신소재 반도체설계 등 첨단기술 분야 중심으로 80여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오는 2004년까지 40~50개가 추가 신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