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기업들이 러시아로 달려가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유가상승에 힘입어 지난 98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영국 석유회사인 BP는 수년간에 걸쳐 67억5천만달러를 러시아에 투자키로 결정했다. 이는 92년 이후 지난 10년간 러시아에 대한 모든 외국인 직접투자액의 4분의1에 달하는 수준이다. BP의 로드 브라운 CEO는 "러시아는 이제 투자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등 외국인투자자에 수익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BP의 러시아측 파트너인 미하렐 프리드맨 알파그룹 회장은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우 우호적인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며 "미국의 다른 메이저 석유회사들도 매장량이 풍부한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석유뿐 아니다. 포드자동차와 GM이 지난해부터 러시아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고,건설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는 현재 대형공장을 건설중이다. 모스크바에 이미 2개의 점포를 내고 있는 스웨덴계 종합 가구 소매업체인 이케아(IKEA)는 최근 세 번째 점포를 짓고 있다. 프랑스의 할인매장인 아슈안도 지난 여름 모스크바에 대형 점포를 냈다. 이에 따라 98년 외환위기 이후 줄곧 감소추세를 보이던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2001년 25억달러에서 2002년 26억달러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는 70억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케아의 러시아담당 사장인 렌나트 달그렌은 "러시아는 생각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엄청난 시장으로 기존의 통계로만 러시아를 파악해서는 곤란하다"고 전했다. 물론 러시아 경제가 안고 있는 각종 문제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코카콜라 전 성피터스브루크 지사장인 게리 윌슨씨는 "많이 좋아졌지만 러시아 특유의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는 그렇게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최근들어 △인플레가 통제가능한 범위로 들어왔고 △연방예산이 3년 연속 흑자를 보이는 등 재정이 건실해지며 △경제가 5년 연속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어 러시아 경제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