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자동차, 휴대전화 등 74종 제품 372건에 쓰인 설명서 문장 실태를 조사한 「제품설명서의 문장 실태 연구1」보고서가 최근 국립국어연구원(원장 남기심)에서 발간됐다. 그 결과 이들 설명서 문장은 지나치게 어려운 어휘나 뜻이 불명확한 외래어를 남용하는가 하면 비문법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한 에어컨 설명서는 "나무로 만든 창문에는 취부할 수 없습니다"라고 해서 뜻이 분명한 '설치'나 '부착' 대신에 일본식 표현인 '취부'(取付)를 사용했다. 어떤 약품 설명서에서 발견된 '1일 경구 투여량'은 '하루 복용량' 정도로 바꿔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 다른 약품 설명서는 "△△△△은 서방형 제제이므로 정제를 으깨거나 씹거나 녹이지 말고 그대로 삼키십시오"라는 경고문을 붙여 전문가들 외에는 그 뜻조차 짐작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문구를 연구원은 "△△△△은 체내에서 서서히 균일하게 분산되는 성질을 띤 약이므로 알약을 으깨거나 씹거나 녹이지 말고 그대로 삼키십시오"라고 순화했다. 억지로 만든 듯한 이러한 한자투 표현은 특히 약품 설명서에서 두드러졌으며, 이밖에도 ▲불현성화(不現成化) ▲소물함(小物函) ▲소착(燒着) ▲식감(食感) ▲전장품(電裝品) ▲접지력(接地力) ▲주수(注水) ▲난연(難燃) ▲준불연(準不燃) ▲호발계절(好發季節) ▲화면무(畵面無) ▲휴약(休藥) 등이 발견됐다. 특히 일본에서 수입된 표현이 많았다. 예컨대 가전제품에서 자주 발견되는 '절환'(바꿈)은 일본어 '기리카에'(切り換え.きりかえ)를 직접 가져다 쓴 경우이며 '거치'(据置. 꽂아 둠)는 일본어 동사 '스에오키'(据え置き.すえおき)에서 온 말이다. 다른 외래어를 남발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는데 비디오 '고속탐지기능'이라 하면될 것을 '슈퍼트래킹'이라 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