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과 뉴라운드 농산물 협상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국내 농업시장 개방문제가 대외경제의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과 크리스티안 바로스 칠레 외교부 장관대리는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양국간 FTA에 서명했다. 또 같은날 한국 일본 등 농산물 수입국들은 도쿄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비공식 각료회의에서 농산물 수출국과 상반된 입장만 확인했을 뿐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얼마전 한.칠레 FTA 비준과 관련, 국내 피해대책을 우선 세우겠다고 밝혔던 노무현 당선자가 이날 라고스 칠레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선 국회 비준을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확약해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FTA 영향 =한.칠레 FTA 체결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과수 분야다. 지난 99년 9월 협상 개시 이후 과수 분야는 항상 타결의 최대 걸림돌이 돼왔다. 칠레는 세계시장에서 포도 24%, 키위 17%, 배 17%, 사과 7.6% 등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과일 수출강국이기 때문이다. 포도의 경우 국내에서 포도가 나오지 않는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낮은 수준의 계절관세를 부과하다 10년 안에 관세를 완전히 없애고 복숭아와 키위도 각각 10년 9년 안에 관세를 철폐해야 된다. 국회 조기 비준 가능할까 =한.칠레 FTA가 발효되기 위해선 마지막 관문인 협정문에 대한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된다. 노 당선자는 지난 15일 라고스 칠레 대통령과 접견 자리에서 "빠른 시일 내에 비준되고 발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관심이다. 이는 지난달 10일 대통령직 인수위의 농림부 업무 보고 당시 노 당선자가 "개방 전에 조사를 충분히 하고 보상 대책도 충분히 만들어 보상 계획을 짜기 전에는 국회 비준은 생각도 말라"고 강조하던 입장과는 다소 바뀐 셈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FTA 비준 당시 '오는 2월 임시국회 비준 동의안 상정, 하반기 농산물 시장 개방'의 계획을 짜오던 외교통상부도 노 당선자의 '선대책 후개방'이라는 고집스런 입장에 걸려 일정을 늦춰 왔었다. 하지만 이같은 노 당선자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치지 않는 농민단체들의 반발을 감안하면 조기 비준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국농민단체협의회 관계자는 "한.칠레 FTA뿐만 아니라 향후 FTA 체결이 계속될 점을 고려한다면 보다 종합적인 후속 대책을 세워야 되는데 노 당선자가 대책도 충분히 마련하고 비준 시기도 앞당기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말했다. 성과 없이 끝난 도쿄 각료회의 =모두 22개 국가 및 지역의 각료들이 참석한 농업분야 토론에서 한국 일본 EU(유럽연합) 등 농산물 수입국들은 쌀 등에 대한 대폭적인 관세 인하를 골자로 한 하빈슨 의장의 초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EU측은 하빈슨 의장의 1차 초안이 관세의 급격한 인하 등을 담고 있는 등 농업의 특수성을 외면한 측면이 강하다며 강력한 톤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들은 관세를 낮추어 무역자유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하빈슨 초안을 세부원칙 타결을 위한 '출발점(starting point)'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력히 맞서는 등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아무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정한영.임상택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