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북한에 2억달러를 보낸 2000년 6월9일 전후금융권은 현대건설과 상선에 모두 8천9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현대가 2억달러 외에 금융기관 지원금 중 어느 정도를 북한에 추가로보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상선이 대북 송금일(2000년 6월9일) 이틀전 현대건설에 기업어음(CP)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1천억원을 긴급 지원한 경위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대의 2억달러 대북송금일을 전후한 5월초에서 6월말 사이 국책.시중은행들은 현대상선에 문제의 4천억원을 포함한 5천400억원, 현대건설에3천500억원 등 모두 8천900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의 경우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비롯 조흥.한빛(현 우리은행).주택(현 국민은행) 등이 2000년 5월 23일부터 27일 사이 당좌대월 한도를 500억원씩 증액하는 형태로 2천억원을 지원했다. 당시 지원에 참여했던 은행 고위관계자는 "정부와 주채권은행이 현대가 부도 위기에 있다며 거센 압력을 가해 울며 겨자먹기로 지원에 동참했으나 현대건설과 상선이 5월26일 현대아산에 각각 277억원과 560억원을 출자한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두 기업이 정말로 자금난이 심각했다면 현대아산에 출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다음달인 6월26일 채권을 인수해주는 방식으로 1천500억원을 신규지원했다. 현대상선은 산업은행이 6월7일 4천억원, 26일 900억원 등 6월에만 4천900억원을지원했고, 이에앞서 외환은행도 5월17일 500억원을 당좌대월 한도 증액 형태로 수혈했다. 현대상선은 이처럼 은행권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6월7일 현대건설에 기업어음을 사주는 방식으로 1천억원을 긴급 지원한데 이어 6월12일 400억원, 6월19일 250억원을 추가 지원, CP 매입잔액이 한 때 1천650억원까지 올라갔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당시 현대 계열사들은 운영자금이나 시설자금, 어음결제등의 명목으로 돈을 빌려갔으나 현대상선 자금 외에도 국내외 계열사간의 복잡한 거래와 돈세탁을 통해 은행 지원금이 추가로 북한에 넘어갔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밝혔다. 한편 2000년 5월부터 작년말까지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와 현대건설, 현대상선,현대석유화학 등에 지원된 은행권의 신규자금은 모두 4조9천300억원에 이른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