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14일 열린 '전경련 최고경영자 신년포럼' 특별강연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부드러운 어조'로 기업개혁 의지를 표명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노 당선자가 기업인들의 우려감을 알고 있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밝혔지만 주요 기업개혁 의지에 대해서는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긴장하는 표정이었다. 노 당선자는 "분식회계 허위공시 주가조작 등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으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에 대해선 "얼마전 국내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도입에 찬성했다는 점은 반추해볼 만하다"는 완화된 표현을 사용했다. 이달 초만 해도 그는 "정면돌파하겠다"는 표현을 동원했었다. 대통령 주재의 민·관 합동 '국민소득 2만달러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자는 전경련의 건의에 대해서도 노 당선자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때문에 이날 강연에 참석한 경제단체장들은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손길승 전경련 회장은 노 당선자를 배웅한 직후 기자와 만나 "노 당선자께서 좋은 자리를 마련해줘 고맙다고 하시더라"면서 "논리적인 분이어서 앞으로 대화가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도 "노 당선자께서 중소기업들과의 토론회 자리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씀하셨다"며 앞으로 대화를 통한 현안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쓸만한 기업들이 4대 재벌로 편입됐다는 지적도 있다"며 기업의 경제력 집중현상을 꼬집는 대목에서는 등골이 서늘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신분 밝히기를 꺼린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여기서 화끈하게 한번 말씀하셨다고 모든 것이 바뀌겠느냐"며 "앞으로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와 관련해 "땀 흘리지 않고 쉽사리 부를 이전하고 축적하는 전근대적이고 후진적인 풍토는 빠른 시일내에 불식돼야 한다"는 노 당선자의 발언도 기업들이 긴장하는 대목 중 하나였다. 현재 기업들은 이라크 전쟁에 따른 예상되는 여파와 내수침체 등에 대해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지만 노 당선자가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경기부양책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점에 대해선 현실에 대한 인식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