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4일 전경련 초청 최고경영자 신년포럼에서 최근의 경기문제를 비롯,기업개혁과 공기업 민영화 등 주요 경제정책 현안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정부의 비효율성과 지나친 간섭,행정이 경제를 리드하는 관행은 반드시 개혁하겠다"며 규제혁파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하는 한편 기업부문 등의 개혁과제에 대해서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강온양면책은 재계의 불안감을 달래면서 동시에 개혁과제를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차기 정부와 재계의 불필요한 갈등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당선자는 최근의 경기불안과 관련,단기적인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체질 개혁을 강조했다. ◆'경제력 집중' 비판 노 당선자는 이날 포럼에 참석한 기업인들에게 "쓸만한 기업들은 거의 4대 재벌로 편입됐다는 지적도 있다"며 "지나친 경제력 집중이 사회통합과 계층통합을 해치고 있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의 경제력 집중을 직접 비판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언급은 "쓸만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모두 재벌이라는 토양에서 탄생했다"는 재계의 주장과 정반대 되는 해석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노 당선자는 또 "지난 5년간 개혁으로 관치금융이 사라지고 국가경쟁력도 높아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업의 수익성은 여전히 낮고 잠재부실 기업도 많다"며 개혁의 지속성을 재차 강조했다. ◆'공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강조 이미 민영화된 '몇몇 공기업'에 대해 노 당선자는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현재의 CEO(최고경영자)가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해 (이들의)전유물로 전락한 느낌"이라는 언급에 대해 일부에서는 포스코 국민은행 등을 직접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노 당선자는 "(공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전체 주주의 권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일부 지배주주나 최고경영진의 사사로운 이익을 좇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노조의 눈치만 살피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집단소송제 예정대로 추진 노 당선자는 국내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언급하면서 "대다수가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도입에 찬성했다는 것은 반추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상속·증여세 완전포괄과세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들은 아직도 세금없는 대물림 관행이 일반화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불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가 반대하고 있는 '출자총액 제한제도 강화'에 대해서는 이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관심을 끌었다. ◆경기부양책은 부적절 노 당선자는 이라크 전쟁,북핵 위기,내수침체를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3대 현안'으로 꼽았다.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높아 세계 경제가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내수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는 "얼마 전에 겪은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 폭등,가계부채와 신용카드 부실 등에서 보듯이 부작용이 크다"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경제의 기본 체질을 개선하고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세제도 전면 재검토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비전과 관련해 금융중심지까지 가자는 것이 대부분 국민들의 견해인 것 같다. 다국적기업 아시아본부가 우리나라에 왔으면 하고,연구개발과 디자인센터가 왔으면 좋겠다. 외국인들은 규제가 많다거나 언어와 주거문제 등이 불편하다고 하는데 지금의 경제특구법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는 다시 한번 검토해볼 생각이다. 내국인에 대해서도 세율인하를 단언하지는 못하지만 조세구조를 전면적으로 검토해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단돈 1천원이라도 세금을 내고 탈루된 음성소득에 제대로 세금을 매길 수 있고 모든 세원이 투명하게 드러나게 되면 세율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생각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