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명쾌하게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적지 않다. 5억달러 중 이미 드러난 2억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3억달러의 대북 송금 여부와 산업은행의 4천억원 대출과정 외압 의혹,국정원의 개입정도,남북정상회담의 대가성 여부 등 핵심 쟁점들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송금규모=임동원 외교안보통일특보는 14일 "현대가 7대사업의 독점권을 확보하는 권리금으로 5억달러를 제공키로 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그 돈 모두가 북한에 전달됐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확인된 송금액은 현대상선이 북한에 보낸 2억달러가 전부다. 나머지 3억달러가 북한으로 갔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이 현대전자로부터 빌린 돈 1억5천만달러가 북측에 제공된 게 아니냐는 의혹과 현대상선이 추가로 돈을 북한에 보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날 언급된 5억달러가 북한에 보낸 자금의 전부인지 여부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한나라당측은 북한에 들어간 돈이 1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지난해 미국 정치권에선 8억달러 제공설이 나돌았다. 이와 관련,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대아산측이 2000년 8월 4억달러를 제공키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상회담 대가 여부=임 특보는 2억달러 송금이 정상회담 직전에 이뤄진 이유에 대해 "현대와 북측 모두 회담전에 독점권과 그 대가를 확실히 확보하는 게 필요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대와 북측이 정식 합의서를 만든 시점이 8월초라는 점과 국정원이 현대측의 환전편의를 봐주는 등 대북송금에 관여한 것으로 미뤄볼 때 정상회담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아울러 송금시기도 논란거리다. 임 특보는 "6월9일 송금이 이미 이뤄졌고 정상회담 일정변경 문제는 10일 제기된 만큼 정상회담 연기와 대북송금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2천2백35억원이 6월10일 입금됐다"는 감사원의 발표와 다르다. 감사원이 뒤늦게 "6월9일 지급제시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시 9일 송금의뢰를 했더라도 이날은 금요일로 국외송금은 당일 입금확인이 안된다"며 "10일은 해외은행이 휴무인 토요일이어서 입금확인은 12일에나 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전달됐나=임 특보는 2000년 6월5일께 현대측의 환전편의 제공 요청을 받고 외환은행으로 하여금 편의를 제공토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송금루트와 누구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현대상선이 북한에 보낸 2억달러는 2000년 6월9일 마카오의 북한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자금이 북한의 어디로 들어갔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같은해 5월 현대전자의 해외공장 매각 대금 중 1억달러는 중동의 현대건설 페이퍼 컴퍼니에 대여된후 손실처리 과정을 거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계좌로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건설이 비슷한 시기에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1억5천만달러를 북한에 송금했다는 설도 있다. ◆산업은행 대출과정 외압의혹=그간 정치권에서는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과 함께 외압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당시 현대상선은 엄청난 자금난에 처한데다 여신한도를 초월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외압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대통령, 국정원 개입 몰랐나=임 특보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데 반해 김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듯한 언급을 했다. 김 대통령은 "현대 관련 보고를 잠깐 들은 적이 있다"며 "큰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의 대북송금이 실정법위반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임 특보가 이를 챙기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다수의 견해다. 이재창·홍영식·차병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