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안았던 한보철강이 지난 97년 1월 부도 이후 6년1개월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한보철강은 기업 인수.합병(M&A)이 일단락됨으로써 이르면 올 상반기 법정관리에서 탈피할 것이 확실시되는데 국내외 철강경기 호황에 힘입어 경영정상화가 급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본계약 체결이 M&A 마지막 단계의 시작인 만큼 3억7천700만달러의 매각대금이 전액 납부되기까지는 `돌출변수'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부도에서 매각 본계약 체결까지 = 한보철강이 부도를 맞은 것은 지난 97년 1월. 정부와 채권단은 같은해 4월부터 발빠르게 3자 매각을 추진했고 한때 포항제철(현 포스코)과 동국제강으로의 분할매각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채권단은 이어 지난 2000년 3월 미국 네이버스컨소시엄과 본계약을 체결, 매각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네이버스측의 일방적인 계약파기로 한보철강 매각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네이버스컨소시엄을 주도했던 인물이 바로 AK캐피탈 대표인 권호성 중후산업 사장. 이같은 전력 때문에 이번 AK캐피탈로의 매각과정에서 법원이 계약금 규모를 문제삼는 등 엄격한 `안전장치'를 고집했다. 권 사장은 AK캐피탈컨소시엄을 구성, 작년 3월 채권단과 한보철강 매각에 관한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당진제철소 발전소부지 및 계약금 증액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으나 마침내 본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사상 최대실적 달성 = 2001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건축경기가 활황세를보이면서 단일제품으로 철근을 생산하는 한보철강은 작년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한보철강은 작년 제강 123만t, 압연 118만t의 사상 최대 생산실적을 기록했고매출액도 4천370억원으로 회사설립 이래 최고였다. 2001년 대비 약 23% 늘어난 693억원의 경상이익을 내 건실한 경영실적을 남긴한보철강은 또 부도이후 긴급운영자금으로 차입했던 총 956억원의 공익채권을 지난해 전액 변제, 의미있는 한 해를 보냈다. ◆새 주인의 적극적 투자필요 = 한보철강이 회사 규모에 맞게 명실상부한 철강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철근 단일제품만 생산하는 일차원적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회사도 이를 인식하고 가동중단 상태인 박슬라브(CSP) 미니밀 방식의 열연공장가동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올해 3대 경영목표의 하나로 꼽았는데 문제는약 1천억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AK캐피탈이 4천억원에 달하는 매각대금 이외에 열연공장 재가동에 필요한 1천억원을 비롯해 추가투자 재원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철강업계의 이목이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묵기자 economan@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