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의 기습적인 한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으로 정부는 물론 금융시장도 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오는 4월까지 등급 전망을 '긍정적(positive)'으로 유지키로 했던 무디스가 돌연 하향조정으로 돌아선 배경을 놓고 각종 추측이 무성하다. 무디스측이 이유로 든 북핵 사태 외에도 정권 교체기를 맞아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이번 조치에 감안되지 않았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 현실화된 '컨트리 리스크' 무디스는 공식 발표를 통해 '북한 행동과 국제사회의 대응 등 불확실성의 고조'를 신용등급 전망 하락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특히 북한이 최근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는 등 국제사회에 보다 강경하게 나서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무디스는 지난달 실사(1월20∼21일) 후에도 "북핵사태는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 계속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용등급 전망을 일단은 유지하겠지만 사태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던 셈이다. 김창록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평가단에 대한 한국 정부측의 설명과 미국 언론 등 여론 주도층의 북핵사태 인식 간의 괴리로 인해 이같은 등급전망 전격 하향조정이 내려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외에서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만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 금융권에 직접 타격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곧바로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긍정적, 안정적(stable), 부정적 등 3단계로 나눠진 등급전망에서 최하위 단계로 떨어짐에 따라 신용등급 자체도 떨어질 가능성은 그 만큼 높아진게 사실이다. 일단 전망만 조정됐지만 11일 한국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휩싸였고 당분간 적지않은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우선 정부는 오는 4월 1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차환발행해야 한다. 이때 가산금리(스프레드)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무디스 발표후 싱가포르 시장에서 한국의 외평채 가산금리가 7bp(0.07%포인트) 정도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재경부는 밝혔다. 정부지분이 많은 국민, 기업, 산업 및 수출입은행과 예금보험공사의 신용등급 전망도 이날 부정적으로 두 단계 떨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달께 10억달러 규모의 하이브리드 채권을 국내에서 발행할 예정인데 국내에서 소화가 안돼 해외발행을 시도할 경우 조달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투자유치에도 걸림돌이 된다.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5억달러의 해외투자 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등급이 떨어지면 그만큼 자금유입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 불투명한 전망 북핵 사태는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게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무디스는 발표문에서 "새 정부가 안보환경 악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성공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한국 정부의 안이한 북핵 대처를 등급 조정의 한 원인으로 꼬집었다. 특히 정부가 이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곧 다른 신용평가회사들도 무디스를 뒤따를 전망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P(싱가포르)와 피치(홍콩) 등은 한국 신용평가팀이 아시아권에 있기 때문에 미국 월가의 목소리를 듣는 무디스와는 다를 것이란 분석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