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테러예방 조치가 강화되면서 헤지펀드와 기업의 통상행위까지 규제 및 감시 대상에 올라 경제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1일 미국 정부가 테러 자금규제를 목적으로 헤지펀드까지 감시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부 거대 연금은 정부방침에 동조,자신들이 투자한 대기업에 적성국가와의 통상중지를 요구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 검열=미 재무부는 미국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헤지펀드의 경우 투자자 명단을 검열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대상은 미국 투자자가 단 한 명이라도 포함되거나 미국인 펀드매니저 또는 후원자가 관련된 펀드로,사실상 전세계 거의 모든 헤지펀드가 해당된다.


고객에 대한 기밀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헤지펀드 업계는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명단이 공개될 경우 대다수 고객들이 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의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고객 중 미국인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모든 투자자의 이름을 미국 정부에 공개해야 한다"며 "이 조치가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 두렵다"고 말했다.


재무부가 헤지펀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근거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제정된 일명 '애국법'이다.


미국 금융회사들이 테러리스트들의 돈세탁에 이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연금의 압력=뉴욕시 소방관과 경찰의 연금을 관리하는 펀드 매니저들은 최근 "'테러리스트 후원국가'에서 영업을 하는 대기업들에 영업중단 압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주주들에게 공식 요청했다.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 등 다른 5개 주의 연금관리 단체들도 유사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펀드매니저의 타깃으로 거론되는 회사들은 GE 할리버튼 코노코필립스 등 3곳.GE와 할리버튼은 외국 자회사를 통해 이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코노코필립스는 영국 법인을 통해 시리아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법이 직접 투자를 규제하고 있지만 3개 회사가 일종의 편법을 통해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 펀드 매니저들의 주장이다.


윌리엄 톰슨 뉴욕시 재정감독관은 "9·11테러로 수 많은 소방관과 경찰이 사망했다"며 "연금을 2억5천만달러나 투자 받은 기업들이 그같은 적성국가에서 장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