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출범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 불안'의 그림자가 가시지 않아 신.구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어떻게든 산뜻하게 새 정부의 출범 모양새를 갖춰야 하는데, 국내외 경제 악재들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악화일로를 치달으면서 올 경제운용 목표로 제시한 '5%대 성장'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침체에 빠진 내수부문을 대신할 경제성장의 새 '엔진'으로 기대해온 수출과 설비투자가 여의치 않아 더욱 고민이 크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최근 한국의 성장 전망치를 5.6%에서 5%로 하향 조정했고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5.7%로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을 5.5%로 낮췄다"고 밝히는 등 국내외 전문기관들도 잇달아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 재정경제부는 올해 초 발표한 경제운용 방향에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계속되고 설비투자가 회복돼 5%대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가 배럴당 22∼24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안정되고 소비자 물가는 3%, 경상수지는 20억∼30억달러 흑자를 낼 것을 전제로 정책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는 이미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섰다. 1월중 무역수지도 5천만달러 흑자에 그쳐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유가 급등으로 수입가격이 높아져 2월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심리지표는 더욱 위축 기업과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실물보다 더욱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한은이 조사한 1월중 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해 4.4분기(96)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전경련의 2월 BSI 전망치도 89.3으로 2001년 11월(85.0) 이후 가장 낮다. 외국인 순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은 기업의 순조로운 자본조달을 가로막고 민간소비를 급속도로 위축시켰다. 지난해 12월 소매업 판매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2.1%)를 기록할 만큼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 재정 조기집행, 금리인하 검토 정부는 경기 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 재경부는 정부 지출을 늘리기 위한 추경예산 편성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시간이 많이 걸려 재정 조기투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한은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1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비)이 3.8%로 한은이 제시한 물가안정 목표치 2∼4%의 상한선에 근접, 물가상승 압력이 커졌으나 경기 후퇴가 예상보다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총재가 △대외 불확실성 △수출호조 속 내수부진 △교역조건 악화 △업종간 성장 불균형 등을 언급하며 "올해 금리정책을 유연하고 신중하게 운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