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6월 현대전자(현 하이닉스)가 현대건설의 합작 페이퍼컴퍼니(알카파지.HAKC)에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1억달러가 실제는 현대건설이 영국 런던에 개설한 은행계좌에 직접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현대건설에 1억달러를 송금한 시점이 6.15 남북정상회담 6일전인 2000년 6월9일로 현대상선이 2억달러를 북한에 보낸 시점과 비슷해 이 돈의 대북 송금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7일 현대그룹 고위 소식통과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전자는 그룹 지시로 2000년 6월9일 현대건설이 개설한 런던의 M은행 계좌로 1억달러를 송금했다.


그러나 1억달러의 대여금 약정서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현대건설과 현지 기업이 49대 51로 합작 설립한 알카파지와 맺었다.


이처럼 실제 1억달러를 빌린 곳과 대여금 약정서를 맺은 곳이 다른데 대해 금융계에서는 돈의 사용처를 숨기기 위한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현대전자의 돈을 빌려가면서 약정서를 페이퍼컴퍼니와 맺도록 한 것은 이 돈을 비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알카파지는 지난 2001년 9월 청산됐고,현대전자는 이 대여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장부상 손실 처리했다.


한편 당시 현대건설에 1억달러를 송금했던 현대전자 영국법인은 지난 6일 현대건설을 상대로 1억달러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서울지법에 제기하며 이같은 사실을 명시했다.


차병석.조일훈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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