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설 이후 은행권의 자금사정이 빡빡해짐에 따라 6일 환매조건부 채권(RP) 매입을 통해 9조5천억원을 은행권에 지원했다. 반면 국고채 등 장기채권 유통수익률(금리)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등 자금시장에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은행권 지불준비금(지준) 마감일(7일)을 하루 앞두고 하루짜리 RP 9조5천억원을 연 4.40%의 금리로 은행권에 지원했다. 한은이 RP를 매입하면 은행의 보유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고 반대로 RP를 매각하면 시중자금을 환수하는 것이다. 이번 RP 지원은 금액면에서 사상 최대 규모다. 또 RP 낙찰 금리도 한은의 콜금리 목표치(연 4.25%)를 훨씬 웃돌아 최근 단기자금 부족현상이 심각함을 보여줬다. 실제로 하루짜리 콜 금리는 설 이전인 지난달 28일 연 4.28%에서 5일엔 연중 최고치인 4.42%로 치솟았다. 장세근 한은 공개시장운용팀장은 "그동안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떨어져 통안증권 발행을 늘리는 등 시중 단기자금을 다소 빠듯하게 운용해왔다"며 "지준일이 지나면 사정이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과도한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위해 지난 1월 중 통안증권을 8조4천1백억원어치 발행,만기액(6조1천억원)보다 2조3천1백억원을 더 발행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7일에도 7조원 안팎의 RP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말 부가세 납부에다 설 이전에 풀린 자금이 은행으로 되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려 이번주 들어 자금 불일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단기자금이 부족한데도 주식·부동산시장 침체로 채권시장에 돈이 몰려 국고채(3년만기) 금리는 이날 연 4.70%로 설 직전(연 4.77%)보다 더 떨어졌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