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인운하 건설 사업의 경제성을 재검토한 결과, 8개 시나리오 중 7개가 경제성이 있다는 '이미 알려진' 결론을 다시 내놨지만 건설교통부, 인수위, 환경단체의 해석은 여전히 다른 상태여서 이에 대한 논란은 이달말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건교부와 KDI, 지역주민은 `경제성 있다'는 결론을 근거로 경인운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인수위는 한차례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제성 없다'는 결론에 따라 백지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고 환경단체는 나아가 조작설까지 제기하고 있기 때문. ◆KDI = 정책제언을 통해 9개의 복합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면 시너지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경제성이 낮으며, 방수로 건설을 위주로 하는 1단계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추후에 2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성이 높다고 결론내렸다. 정부가 발표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도약 전략을 고려하더라도 김포매립지의 개발 추이를 감안해 2단계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또 경인운하 사업은 단일 사업이 아니라 9개의 사업을 포괄하는 '매우 복합적인 프로젝트'로 경제성이 '있다' 또는 '없다'는 포괄적 결론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거나 '8개 대안 가운데 1개는 경제성이 없고 7개는 경제성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부 대안을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끼워넣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며 중간보고서(지난해 8월)와 최종보고서 초안(지난해 10월)에는 9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경우의 평가결과만 담겨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모든 사업을 동시 추진하면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9개 사업을 모두 중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는 없으며 비록 단일사업이라도 단계별 건설안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타당성 평가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방수로 건설비를 제외한 시나리오가 포함된 점에 대해서도 "경제성과 관계없이 정책적 판단에 따라 정부가 방수로를 건설한다고 가정하면 이를 전제로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건교부 = 김창세 수자원국장은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관계부처 등과 추진 여부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백지화 방침을 발표했을 때 "보다 큰 틀에서 세밀히 검토해 판단한 사항으로, 의견을 존중한다"고 한 것과 비슷한 조심스런 입장. 그러나 건교부는 내부적으로 경제성 재검토 결과를 토대로 종전 `건설 추진' 방침을 그대로 유지한 채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환경단체가 요구하거나 우려하는 사항을 모두 해소한 만큼 환경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인수위가 배제한 철강부두 및 굴착토 활용에 따른 경제적 편익도 당연히 경제성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운하 외부 컨테이너 부두는 물동량이 넘치는데 비해 시설 확대가 곤란한 실정에서 25만개 가량의 컨테이너를 시설이 남아도는 철강부두에서 처리하는 편익(1천600억원)과 김포매립지가 해수면보다 낮아 2-3m를 복토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굴착토로 메우는데 따른 비용절감(1천200억원) 등의 효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건교부는 '건설' 방침이 정해지면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건설 계획을 짤 예정이다. 대신 '백지화' 결론이 나면 민자 사업인 굴포천 임시방수로(1천113억원)에 대한 보상 협의에 나서는 한편 폭 20m의 임시방수로를 80m로 확장하는 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지주민들도 예정대로 건설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계양구 계양발전협의회는 "주민 협조로 보상까지 거의 끝난 상태에서 경인운하 건설이 백지화되면 방수로 수질오염 등으로 민원 발생이 우려되고 농지를 잃은 주민들이 도시빈민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수위 = 지난달 24일 같은 결과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8개 시나리오 가운데 7개(경제성 1.0077-1.2807)는 신뢰성이 없거나 사업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끼워넣은' 것이고 당초 계획된 사업안(경제성 0.9223)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 인수위는 나아가 대규모 국책사업이 타당성에 문제가 있어도 일단 시작한 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사업을 중단하지 못하는 관행은 고쳐져야 하며 이같은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백지화' 의미까지 부여했다. 물론 인수위는 홍수피해 방지를 위한 굴포천 방수로 공사는 적정규모에 대한 판단을 거쳐 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다음날 "공식의견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절차상의 문제에 따른 것일 뿐 '백지화' 결론 자체를 뒤집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환경단체 = `개발을 위한 개발사업'은 중단해야 마땅하다며 경제성 재검토 조사 용역 과정에서의 조작설과 압력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는 최근 경인운하의 사업타당성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건교부가 KDI에 압력을 가했는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시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시민연대 서왕진 사무처장은 "KDI에 압력을 가해 연구결과를 조작하려고 시도한 건교부와 이에 굴복한 KDI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경인운하와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을 합리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와 타당성 검토 범위를 경제성이나 환경적 문제가 제기되는 모든 국책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