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미국산 유전자변형농산물(GMO) 금수조치를 둘러싼 갈등이 일단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려던 방침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WTO제소 방침 유보는 미국이 지금 이라크 문제에 주력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3일 국무회의를 열어 WTO 제소건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자체가 무기연기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부시 행정부는 당초 지난달 WTO 제소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한 미국 관리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라크 문제 때문에 차질이 빚어졌음을 내비쳤다. 이 관리는 그러나 "사안의 본질이 바뀌거나 선택안을 포기한 건 아니다"며 다만"지금 우리가 처한 특수상황 때문에 어렵게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여하튼 이에 힘입어 GMO 교역을 둘러싼 미국과 EU의 분쟁이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여 EU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EU 관계자들은 미국의 WTO제소 유보조치를 반기면서 법적 대응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파스칼 라미 EU집행위 무역담당 위원은 미국의 WTO제소 움직임에 대해 "지금 이 절차를 시작하는 것은 좋지않은 정치적 선택"이라며 "우리가 미국의 입장이라면 그런 식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라크 무장해제에 대한 유럽의 지지를 모색하고 있는 마당에 새롭게 알력이 생기면 곤란하다는 부시 행정부의 인식이 이번 WTO제소 유보조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의 로펌 `호건 앤드 하트슨'의 휴고 페이먼은 GMO건을 WTO로 가져가면 "양측의 긴장이 고조될 터인데 이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바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GMO가 안전하며 제품에 GMO여부를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브뤼셀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