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액정표시장치(LCD)산업이 반도체산업의 전철을 밟으며 한국과 대만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일본의 정보기술(IT)업계 전문 온라인 매체인 닛케이 일렉트로닉스(NE)는 5일 2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점유율을 자랑했던 일본 LCD업계가 최근 한국과 대만에 이어 3위 출하국으로 떨어지는 오명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일본 LCD업계는 2001년 한국에 시장점유율 1위를 뺏긴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점유율이 24.6%까지 떨어지며 2위마저 대만에 내주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대형 TV를 중심으로 LCD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신규 투자 부진으로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LG필립스LCD가 지난 4일 첨단 공장 건설에 1조2천억엔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대만 치메이 옵토일렉트로닉스, AU 옵트로닉스 등도 최근 적극적인 설비투자에 나서 일본과의 격차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반면 일본의 경우 LCD업계 제2위인 히타치(日立)가 한국 및 대만 업체들과의 경쟁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력 제품을 소형 제품으로 전환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생존에 급급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평가됐다. NE는 지난 88년 전세계 시장에서 51%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일본 반도체업계가 투자 부진으로 인해 지난해 점유율이 25% 수준으로 떨어진 것과 같은 현상이 LCD업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