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스무살이 되면 장사의 모든 것을 배운다는 말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화교 기업인(화상)들의 활약상을 보면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동아시아 소매업의 3분의 2 가량은 화상들의 손에 의해 움직인다. 또 동아시아 백만장자 10명 가운데 9명은 화상들이다. 중국이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부상한 것도 화상들의 적극적인 투자 덕분이었다. 미국 유럽 일본의 대(對) 중국 투자금액을 모두 합쳐도 화교가 투자한 금액에 못미친다. 최근 화상들은 중국은 물론 동남아로 진출하는 중국 본토기업들의 강력한 동맹군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화상으로는 대만 제일의 갑부 왕융칭 포모사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다. 대만내 7위와 8위 기업인 난야플라스틱과 포모사플라스틱을 갖고 있는 왕 회장은 중국과의 경제교류 특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포모사그룹은 현재 중국 쑤저우에 석유화학단지를 건설중이며 왕 회장의 아들인 왕원양은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아들과 함께 상하이 푸둥에 반도체 회사를 설립했다. 대만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화상으로는 차이완린이 있다. 린위안그룹의 창업자인 차이완린은 40년동안 대만의 금융 건설부문을 선도해 왔다. 그는 보험사는 아들에게, 후본그룹은 조카에게 맡겼다. 배리 램 회장의 콴타컴퓨터는 대만내 5위의 화교기업으로, 지난 99년에는 일본의 도시바를 꺾고 세계 노트북시장 1위 기업으로 랭크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팔리는 노트북 7대중 1대는 콴타컴퓨터 제품이다. 홍콩도 화상들의 주된 활동무대다. 세계 23위 갑부인 리자청은 홍콩의 대표적 화상이다. 그가 이끄는 허치슨포아(이동통신) 창장실업(생명과학) 홍콩일렉트로닉홀딩스(전력공급) 등은 각각 세계 화교기업 순위 1,2,4위에 올라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관심을 보여 15개국 29개 항만을 묶는 세계 최대의 무역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어 패트릭 왕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형 전기모터회사인 헤드존슨 일렉트릭의 오너다. 최근 들어 화상 1세대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경영권이 2세로 승계되고 있다. 2세대 화상은 대다수가 미국 유럽 등지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마쳐 화교기업에 경영 합리화라는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