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 산업계의 저명한 컨설턴트인 마이클 울프는 저서 '오락의 경제'에서 "21세기에는 엔터테인먼트가 기업 생존의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상품에 오락 개념을 넣지 않은 기업은 앞으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실제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각 분야에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데다 주5일 근무체제가 기업체에 정착되면서 레저 게임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해마다 두자리 수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참여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엔터테인먼트 업체로 전환한 중소기업이 크게 증가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더 이상 대기업이나 전문 업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21세기를 맞아 엔터테인먼트로 무장하고 치열한 상전(商戰)을 벌이고 있다.


케이디미디어는 사양산업인 인쇄업에서 뉴미디어로 갈아탄 케이스다.


지난해부터 DVD타이틀 판권사업을 시작했다.


특수인쇄기술을 활용해 DVD타이틀 원판 프레싱 사업을 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DVD타이틀 판권사업에 손을 댄 것이다.


현재까지 확보한 DVD타이틀 판권은 일본 영화 '워터보이즈' 등 20여개.


올해는 판권 확보 분야를 강화할 계획이다.


신발업체인 써니상사는 지난 2001년 인터넷장비 업체였던 YNK와 합병하면서 써니YNK로 회사명을 바꾸고 게임 배급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신발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게임 배급을 주력업종으로 채택했다.


써니YNK 관계자는 "신발사업 매출이 해마다 줄어들어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가 필요했다"며 "게임부문이 지난해 12월에만 33%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는 등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써니YNK는 올해중 신발부문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목표는 5백억원이다.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업체인 그루아이티에스도 지난달부터 게임 유통시장에 뛰어들었다.


게임업체인 그라비티와 총판계약을 맺고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패키지 총판 업무를 맡았다.


그루아이티에스 관계자는 "당분간 시스템통합(SI)과 ITS에 주력할 방침이지만 게임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만큼 중점적으로 추진해 회사의 수익사업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업체들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학습지 업체인 대교는 게임업체인 재미창조에 10억원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게임사업에 진입했다.


최근 재미창조 KT 등과 함께 온라인게임 디미어즈를 개발했다.


대교 관계자는 "대교의 기존 회원 수가 2백40만여명에 이르는 만큼 온라인게임의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교육업체인 윤선생영어교실도 최근 영어학습용 PC게임 '키즈퀘스트'를 출시하며 게임사업에 뛰어들었다.


섬유업체인 영화직물은 엔터테인먼트 지주회사로 변신한 경우다.


전 굿모닝증권 김석동 회장이 새로 회장직에 취임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지주회사 '모션헤즈'로 거듭났다.


모션헤즈측은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 온라인 유통, 프로모션 등을 네트워크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안이다.


업종을 바꾸자마자 10여개의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체에 2백8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할리우드 영화사인 메버릭필름스에 4백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의료기기 회사에서 DVD타이틀 판권사업 등으로 업종을 바꾼 가오닉스도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한 업체다.


앞으로 제조업체 등의 엔터테인먼트 참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유망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규 참여가 늘어나자 기존 업체들도 사업 아이템을 다양화하면서 대응해 나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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