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석에서 안타를 쳤을 때 부하직원들이 웃더라구요.두 번째 타석에서 다시 홈런성 장타를 쳐내자 이번에는 모두 놀라워했습니다" 하림의 박인준 상무(52)가 사내 야구팀 "파이오니어즈"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게 된 사연이다. 박 상무는 하림의 육가공 유통사업부를 맡고 있다. 닭고기를 가공해 만든 치킨너겟 및 햄 등을 할인점 백화점에 공급하는 영업부문을 총괄한다. 그러다보니 영업직원들의 애로점과 스트레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젊은 열기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또 젊은이들의 여가활용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박 상무는 지난해 2월에 사내 야구팀 창설을 주도했다. 주로 서울 및 수도권의 영업직원들이 주축이 됐다. "처음엔 그냥 구단주를 맡았습니다.후원금이나 내고 선수들 밥을 사주는 역할이었지요" 그런데 지난 여름 서울대 야구동아리와 경기를 하다가 팀내 최고령 주전 선수가 되고 말았다. "포수가 컨디션이 나빠 대신 투입됐는데 7번 타자로 나선 타석에서 팀내 첫 안타를 쳤습니다.침체된 팀 분위기가 확 달라졌지요" 사실 박 상무의 야구 사랑은 단순한 사내 동호회 차원을 넘어선다. 그는 배문중학교 시절 학교 야구팀에서 포수로 활동했다. 공을 받다 다친 오른손 약지는 지금도 잘 구부려지지 않는다. 두산 베어스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그는 잠실 구장을 찾아 프로선수들의 플레이를 꼼꼼히 살펴보기도 한다. 마침 동생이 두산 야구팀의 관리부에서 근무하고 있어 집안에서도 야구는 늘 관심사다. 박 상무는 "치킨생산 업계의 "개척자"가 되겠다는 의미에서 팀명을 "파이오니어즈(PIONEERS)"라고 지었다"고 말한다. 9명의 초기 멤버가 개인비용으로 유니폼과 장비를 장만했던 팀은 이제 회사내에서 정식 동호회로 인정을 받았다. 매달 30만원씩의 지원금을 받는데다 인원도 23명으로 늘었다. 하림 야구팀의 전적은 2승1무3패다. 아직은 갈길이 먼 셈이다. 그러나 박 상무가 야구경기를 통해 얻는 기쁨은 비단 승리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함께 경기를 하다보면 업무적으론 느끼기 힘들던 친밀감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또 서로 격려하면서 즐겁게 뛰다 보면 내부적으로 사기 진작이 된다"며 "운동후 함께 사우나를 마치고 뒷풀이를 하면서 마음에 쌓인 얘기들도 나누게 된다"고 덧붙인다. 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 딱딱하기만 한 거래처 및 동종업계의 유통.영업직 실무진과도 친선경기를 통해 친목을 다진다. 지난해엔 LG마트 구매팀과 경기를 해 12대 13의 짜릿한 승리를 얻었다. "사업적으로 중요한 고객이지만 승부에서 "접대경기"는 없다"며 박 상무는 웃음을 지었다. 다음달에도 월10억이상의 제품을 납품하는 롯데리아의 야구단과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글=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