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북한에 송금한 2천235억원의 용도를 놓고감사원이 '7개 대북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힘에 따라 그동안 현대가 어떤 사업들을 계획하고 추진해왔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은 이 돈이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외에 남북철도 연결 사업 등'7대 사업'에 사용됐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국가기밀에 속한다며 자세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2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과 현대 사이의 협력사업으로 ▲금강산을 관광지역으로 우선 개발하면서 원산 이남지역까지 개발을 확대 ▲칠보산, 백두산까지 관광을 확대 ▲철도와 전력 및 통신망 구축 ▲임진강 언제(댐) 건설 ▲최첨단 전자공업기지 건설 ▲고(낡은)선박 해체사업 ▲개성공업지구 건설과 개성관광 등을 예시해 당초 계획됐던 현대 대북사업이 상당히 광범위했음을 시사했다. 사실 현대의 대북 사업은 지난 98년 6월,10월 두 차례에 걸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금강산 관광사업 등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금강산 관광 외에도 ▲서해안 공단 조성사업 ▲평양실내체육관 건립 ▲자동차 공장 건설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 ▲남북 원유 공급 파이프연결 등 여러가지 사업에 합의했었다. 현대는 이때 합의를 기초로 지난 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을 시작했고 99년 2월에는 온정각 휴게소와 금강산 문회회관을 준공하면서 대북사업을 전담할 ㈜아산(현 현대아산)을 설립했다. 현대는 그러나 금강산 관광이 당초 기대와 달리 해마다 대규모 적자를 내고 2000년 3월에는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그룹이 해체되는 등 위기를 맞으면서 다른 사업추진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나마 정 명예회장이 북측과 합의한 대북 사업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은 ▲금강산 관광 ▲서해안공단(개성공단) 조성 사업 ▲평양실내 체육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현대아산이 주체인 남북 공동 영농사업은 일부 진행 중이나 그 규모가 작고, 컴퓨터 조립라인과 지붕재 생산 설비 구축도 일부 진행되다 흐지부지된 상태다. 인터넷 사업과 통신사업, 북한 SOC사업, 제3국 건설시장 공동 진출 등도 합의됐지만 역시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남북철도도로 연결 사업도 남측에서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등이 주로 공사를 맡고 있으며 총공사 비용도 약 1천5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7대 사업이란 명칭이 따로 있는지는 우리도 알지 못한다"며"정 명예회장 때부터 추진해온 대북 사업은 많지만 지금은 육로 관광과 개성공단에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사업은 정 명예회장이 북측과 합의한 이후 답보상태지만 향후 남북관계와 자금 사정을 고려해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