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상자 목화 면티셔츠 자동차사진 신문기사 물컵 엽서 손전등 지도 붕대... 미국 경제교육기관인 주니어어치브먼트(JA) 콜로라도 스프링스 지부의 사무실 한 켠에 놓여 있는 물건들이다. 언뜻 보면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것 같지만 JA의 80년에 걸친 노하우가 담겨 있는 경제교육용 교보재들이다. JA의 직원인 디제이 왓슨씨는 "JA의 교육은 재미있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며 "JA키트(교사용 교보재 가방) 안의 다양한 교보재는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이해력을 높일 수 있도록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목화와 면티셔츠는 중학교 1학년 과정인 '부가가치'를 설명하기 위한 교보재입니다. 교사는 이 교보재를 통해 학생들에게 미시시피와 루이지애나 등 남동부에서 생산된 목화가 면사추출 재단 염색 등의 과정을 거쳐 티셔츠로 바뀌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학생들은 조별로 셔츠 제조회사 직원으로 변신해 셔츠의 단가를 산정하게 된다. 당연히 가격은 천차만별. 목화의 생산지와 물류수단, 인건비 등을 결정하는 동안 부가가치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께닫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신문에 실린 '돌(과일회사)'과 '폴거(커피회사)'의 재무재표를 통해 천연자원이 미국으로 수입되면서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또 물류비 이자 등을 조정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들을 논의한다. 미국 내에 수출이 늘면서 미국 생산기지를 세운 독일의 자동차회사 BMW의 사례가 적용된다. 미국의 경제교육은 이처럼 다양한 교보재와 수업방식에서 가까운 실제 사례를 철저하게 도입한다. 자칫 원론적으로만 비쳐지는 경제가 사실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는 현상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JA 본사 직원인 김민정씨는 "교사는 수업 시작 이후 10분 이상 설명하지 않는게 원칙"이라며 "게임 등을 이용해 끊임없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