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기침체 가속화를 우려하며 부가가치세 인상에 반대해왔던 독일 고용자협회장이 입장을 전면 수정, 재계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인상을 촉구함으로써 독일의 부가세 인상 찬반논쟁이 다시 불붙게 됐다. 디터 훈트 고용자협회장은 29일 일간 베스트도이체 알게마이네 차이퉁과 한 회견에서 부가세 세율을 16%에서 18%로 올리자는 미하엘 좀머 독일노조총연맹(DGB) 위원장의 제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훈트 회장은 이달 초순 좀머 위원장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소비세를 올리자고제의했을 때 일축했으며,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분명히 반대했다. 그러나 훈트 회장이 이례적으로 노조의 의견에, 그것도 일반적으로 재계가 부정적 시각을 갖게 마련인 부가세 인상에 동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인건비를 낮추자는의도가 깔려 있다. 훈트 회장은 이 회견에서 기업들이 세금과 각종 사회복지비 등으로 지출하는 돈은 현재 인건비의 42%에 이른다면서 이 비중을 40%로 내리는 대신 부가세를 2%로 올리자고 말했다. 훈트 회장 외에도 부가세 인상을 격렬히 반대해왔던 클라우스 츠비켈 금속조조위원장까지 최근 좀머 위원장의 제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슈뢰더 총리의거부로 수면 하에 가라앉았던 부가세 인상 논쟁이 다시 떠오르게 됐다. 부가세 인상 찬성론자들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과세를 할 수 있으며, 점차 줄어드는 복지비용 재원을 세금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들고 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물건을 구입하는 등 소비지출을 할 때 마다 동일한 세금부담을 함으로써 저소득자가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정의에 어긋나며, 물가상승과 소비지출 억제로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 경제 전문가 외에 노동계에선 프랑크 브시르케 공공노조위원장과후베르투스 슈몰트 건설.화학노조위원장이 부가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적녹연정은 재집권 이후 선거 공약을 어기고 일부 세금을 인상한 데 대한 야당과 여론의 비판을 의식, 부가세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야당 일각에서도 부가세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 한스 아이헬 재무장관은 독일이 유럽에서 세율이 가장 낮지만 높은 복지비용 때문에 세금이 많다는선입견을 준다면서 향후 사회보장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한 바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