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갈수록 혼미해지고 있는 경기상황에 대해 '재정 조기집행'이라는 임시 처방을 적극 강구키로 해 주목된다. 1월 산업생산동향과 소비자전망 등 주요 경기지표가 나오는 내달중 종합적인 경기진단을 거쳐 '결행'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당장 급박하게 처방을 내놓지는 않아도 될 만큼 아직 여유는 있다는 판단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해 12월 산업생산활동 자료를 보더라도 생산과 투자, 수출은 아직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그러나 현재로서는 향후 경기가 낙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대세다. 지난해 12월중 도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9%로 22개월만의 최저치로 떨어졌고, 건축허가 면적과 기계수주액 등 향후 경기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두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1월중 경제지표들을 분석해 봐야 추세를 짐작할 수 있겠지만 예상보다는 좋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왜 재정 조기 집행인가 전윤철 경제부총리는 "작년 말 부동산 시장을 잡느라고 가계대출 억제정책 등을 쓴 것이 내수 위축의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가계 등의 소비를 늘리는 데는 재정투입의 효과가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엥겔계수(가계지출액중 식료품 구입이 차지하는 비중)가 높은 저소득층에 대한 재정투입은 곧 소비로 이어져 내수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2001년 '9.11 사태'로 경기가 위축됐을 때도 재정 조기집행 정책을 썼다. 각 부처에 불용 예산과 이월금이 없도록 예산을 집행하라고 몰아댔다. 또 그해 9월(5조1천억원)과 11월(1조6천억원)에 총 6조7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사회간접시설(SOC) 등에 투입했다. 전 부총리는 "기획예산처 장관 당시 이같은 재정처방을 통해 그해 경제성장률이 3.0%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쉽지 않은 향후 전망 그러나 현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사실 재정뿐이다. 은행예금금리는 평균 연 3%대로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율 등을 감안하면 이미 마이너스 상태다. 추가 인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내달 6일 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콜금리를 조정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금 감면은 곧바로 재정에 부담을 주는 면도 있지만 그 효과와 폭을 가늠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고려 대상에서 빠졌다. 정부는 미국 등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올 상반기만 잘 넘기면 하반기엔 수출과 투자로 경기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 상황만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재정 조기 투입만으로는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동철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재정을 조기 집행한다고 하지만 일선 행정기관이나 지자체가 이를 시행하기까지는 시차가 적지 않다"며 "현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대는 두 자릿수대의 수출과 10%선의 설비투자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이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상황에서는 기업들의 투자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안에서도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