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에 대한 출자총액 제한제도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이 제도는 대표적인 대기업 규제 조항으로 정치 경제 상황이 바뀔 때마다 단골로 개정 여부가 거론돼 왔다. 출자총액 제한제도에 대해서는 재계가 반대하는 가운데 정부부처 내에서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이 다르고 새 정부의 정책과제를 정리하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내부에서마저 이견이 표출돼 논란을 빚고 있다. ◆"투자문제는 기업에 맡겨야" 발단은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이 지난 23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기업의 경영 투명성이 정착되면 현행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데서 시작됐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정태인 인수위원(경제1분과) 등이 "월권 행위"라며 반발했다. 김 부위원장이 "시장이 충분히 투명해지면 완화를 검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고 해명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김 부위원장의 발언은 새로운 게 아니다. 진 념 전 경제부총리도 지난 2001년 11월 여·야·정 정책간담회에서 "출자총액 제한제는 원칙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고 강봉균 민주당 의원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있던 비슷한 시기에 "사외이사제가 정착되고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출자총액 제한제도는 없어도 된다"고 말했었다. 재경부 관계자도 "기업의 선택문제까지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인수위 "아직 때가 이르다" 그러나 인수위 측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시장감시 체제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같은 규제완화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지금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예외규정 등을 줄여야 할 때라고 주문한다. 인수위는 그 근거로 12개 상위(자산기준) 민간그룹 총수들이 평균 4.0%(특수관계인 포함)의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에 대해 45.6%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을 예로 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12개 그룹의 내부지분율이 2002년 말 현재 45.6%라지만 한 해 전(45.8%)에 비해 소폭이나마 감소했다"며 "동일인이 계열사 출자를 지렛대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는 현실을 오도할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그룹이 다른 기업에 출자해 초래될 수 있는 재무구조 왜곡과 대주주의 경영지배력 확장 등의 문제는 현행 증권거래법과 상법,외부감사법,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규와 장치로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며 "세계 어디에도 없는 사전적인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