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홍콩 및 유럽계 벤처캐피털 등 외국계 자본이 한국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26일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우수한 기술을 갖고도 자금난에 빠진 벤처업체들이 늘어나자 외국계 자본들이 국내 벤처기업들을 싸게 사들일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투자는 기업인수 및 합병(M&A)을 통한 투자나 지분출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주대상은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기업들이다. 미국의 경우 주로 뉴욕자본들이 투자대상 기업을 찾고 있다. 올 상반기 중 벤처기업에 돈보따리를 풀겠다는 미국 벤처캐피털은 10여개사에 이른다. 뉴욕의 이스톤헌트캐피털은 IT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업체당 8백만달러까지 투자할 방침이다. RRE벤처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관련기업에 업체당 최고 5백만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GE그룹의 GE에쿼티는 업체당 5백만∼2천만달러를 투자키로 하고 투자업체를 물색중이다. 일본자본도 벤처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내 투자펀드를 거의 소진한 히카리통신캐피털은 아시아지역 몫으로 조성된 4천억원 펀드의 일부를 끌어와 한국에 추가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히카리통신은 모바일 솔루션 기술을 가진 IT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기존 투자업체를 일본에 진출시키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지난 2001년 8월 3백85억원의 펀드를 결성한 일본 노무라증권 계열의 자프코(JAFCO)코리아는 최근 IT기업 2개사에 투자하는 등 총 4개 업체에 투자했다. 아시아펀드 15%를 한국에 투자하는 자프코코리아는 상황에 따라 투자 비율을 높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3월부터 영업에 들어간 '자익(JAIC·일본아시아투자캐피털)코리아'는 3개 펀드를 운영하며 투자할 기업을 찾고 있다. 미쓰이물산의 MVC(미쓰이물산캐피털)와 스틱IT는 각각 KTB네트워크,미쓰비시상사와 펀드를 공동으로 조성해 투자기업을 물색중이다. 일본계 펀드 한 관계자는 "IT산업이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을 건질 수 있는 돌파구라는 인식이 일본에 퍼져 있다"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한국 IT기업이 주 대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계 업체들은 투자에 아주 신중을 기하고 있다. 홍콩계인 데본셔캐피털은 지난해 말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벤처기업간 M&A 중개업무가 전문이지만 프로젝트별로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국내 벤처캐피털과 공동으로 M&A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유럽계 벤처캐피털 IMM창투와 대만계 벤처캐피털 CDIB캐피털은 M&A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영국의 이조카그룹은 3천만달러의 코리아 어드밴스드그로스펀드(KAGF)를 세우고 올 상반기 중 무선통신 네트워크장비 보안솔루션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M&A전문가인 데본셔캐피털 이응진 상무(변호사)는 "국내 IT산업의 뛰어난 기술력은 이미 세계에 알려진 상태"라며 "요즘은 벤처기업들이 해외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이 국내 벤처기업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이들은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만을 선정해 몇 달 동안 충분히 심사한 뒤에 투자하는 등 '선택과 집중' 방식의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