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지 1개월 정도가 흐르면서 차기정부의 재벌정책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재벌개혁을 강조하던 학자 및 시민단체 출신 인사 위주로 인수위가 구성되면서 초기에는 긴장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인수위가 금융기업 계열분리 청구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집단소송제 조기 도입 등 강도높은 재벌개혁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재계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반발하는 등 인수위와 심각한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인수위가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국내외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경제5단체 부회장단과 비공개 접촉을 갖는 등 서로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잦아지면서 양측의 갈등은 약화되는 양상이다. ◆재벌정책 = 재벌정책에 대한 재계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자 노무현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측은 기업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재벌정책을 자율적, 점진적,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위 자체적으로도 집단소송제를 수용하면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하겠다는발언을 놓고 내부 갈등이 벌어질 만큼 인수위 재벌개혁에 대한 초기의 `날카로움'은다소 누그러지지 않았느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수립을 위해 증권집단소송제,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반대 등의 재벌개혁 정책을 추진하겠다는인수위의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재계는 파악하고 있다. 다만 재계는 차기정부가 이런 기본방향은 고수하겠지만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때는 경제에 미칠 충격을 감안, 점진적이고 완화된 형태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 부회장은 "재계와 인수위간 꾸준한 대화를 통해 인수위측이 기업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면서 "차기정부가 나가고자 하는기본방향은 바뀌지 않겠지만 정책의 강도는 상당히 `쿨 다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수위와 재계관계 = 인수위 초기 전경련 손 부회장의 차기정부 재벌정책에대한 비난과 김석중 상무의 `사회주의 발언 파문'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재계와 인수위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인수위와 재계는 마치 재벌정책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듯한 대립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김 상무의 `사회주의 발언 파문'에 대한 사과를 고비로 소강국면에접어들었다. 인수위와 기업간 접촉도 확대되고 있으며 재계에서도 `차기정부의 경제정책에협력하겠다"면서 인수위나 재벌정책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이는 인수위와 재계 모두 재벌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을경우 불안감이 커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서로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인수위와 재계간 이해의 폭이 넓어져 마찰의 소지가 줄어들었으며 재계 역시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오히려반재벌정서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원론적인 방향을 놓고 재계와 인수위가 마찰을 빚는 시기는 지나간 것으로 본다"며 "인수위가 지향하는 목표가 어떠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질 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재계 불안감은 여전 = 재계는 인수위가 제시한 정책들이 구체적인 실천단게에서는 어느정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집단소송제, 출자총액제한,금융기업 계열분리 청구 등의 재벌개혁 정책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재계는 이런 정책들이 현실화 될 경우 기업활동이나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에따라 우리 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집단소송제나 금융기업 계열분리 청구제도가 구체화 될 경우 해외 유수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제단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재계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 원론적인차원에서 반대입장을 계속 밝히면서 차기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한 뒤 이런 정책들이논의되는 단계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신삼호기자 ss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