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나의 몸속엔 경륜 있는 언론인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잔혹한 피가 흐르는 것 같다."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49)가 22일 냉혹한 비판의 사연에 대해 입을 열었다. 경제학계 석학으로 최고의 칼럼니스트라는 명성까지 얻고 있는 그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지도자의 정직성과 정치적 동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그리 편한 일이 아니지만 속고 있다는데 대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칼럼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만큼 부시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거짓말쟁이라고 비판하는 칼럼니스트도 없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경제,북한 핵 등 어떤 문제가 됐든 풀려고 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경기부양책만 해도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기회로 이용할 뿐이다.부시 대통령과 그의 팀들은 문제를 잘 모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도적으로 기만하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같은 비판을 일삼는 자신을 "부패의 바닷속에서 진실을 외치는 외로운 목소리 같다"며 "이러다 관타나모 군사기지(쿠바)의 감옥에서 일생을 마감할 것 같은 생각이 가끔 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는 "크루그먼은 단순히 부시 때리는 연습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폄훼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갓 40세에 빌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을 뻔했다. 클린턴 대통령 당선자에게 경제자문을 해줌으로써 언론들은 그가 경제자문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정권인수위원장이던 로버트 라이히 박사를 겨냥,'지적 게으름뱅이'라고 비난해 헛물을 켜고 말았다. 워싱턴포스트는 크루그먼 교수가 인터뷰 도중 복도를 내다보거나 휴대전화를 받고 연구과제의 중압감을 수시로 얘기하는 등 마치 물에서 막 튕겨져 나온 물고기처럼 불안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