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외에 우리.광주.부산은행에서도 비밀번호 유출로 인한 현금카드 위조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해말 고객 60여명의 현금카드에서 모두 1억8천여만원이 불법 인출됐다. 광주은행에서도 지난해 12월20일부터 3일동안 고객 9명의 현금카드에서 모두 2천3백50만원이 위조카드로 빠져 나갔고 부산은행에서도 같은달 28일 고객 1명의 현금카드에서 7백만원이 인출됐다. 이들 은행은 피해 고객에게 가지급금 형태로 보상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금융권은 보안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 등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확산되는 위조사고 =지역농협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서울과 경기.충청권에서 고객 24명의 현금카드가 위조돼 총 1억1천6백여만원이 인출되는 사고가 터졌다. 첫 사고는 두달여 전인 작년 11월19일 발생했다. 경기도 군자농협 고객 함모씨 등 13명의 계좌에 들어 있던 예금 7천2백만원이 하루만에 빠져 나갔다. 범인은 이들중 함씨 계좌에 있던 3천여만원이 출금한도(1일 1천만원)에 걸리자 다른 계좌로 송금 후 인출하기도 했다. 한달 후인 12월18일엔 이리농협 동이리지점에서, 다음날엔 대전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농협중앙회가 단위조합에 주의공문을 보내고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카드 재발급에 나선 이후에도 범행은 계속됐다. 12월26일과 30일에도 각각 7백만원, 5백10만원을 빼내갔고 지난 4일 서울 강서농협 방화지점에서 1천8백만원이 출금됐다. 두 달간 서울과 경기, 충청권 지역농협에서 발생한 불법인출 사고금액은 총 1억1천6백여만원(24건)에 달했다. 우리은행과 광주은행에서도 유사한 수법으로 각각 1억8천여만원과 2천3백50만원이 불법 인출됐다. 원인 =12년 전에 개발된 구형 현금카드가 아직도 유통되고 있는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구형 현금카드는 최근 발급된 신형 카드와 달리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발급번호 등 기본 정보만 알면 마그네틱 카드에 해당 정보를 입력하는 간단한 작업으로 얼마든지 위조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만큼 보안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신형 현금카드는 기본 정보 외에 주민등록번호, 카드 발급회차, 등록회차 등을 조합한 복잡한 숫자가 입력돼 있어 정보분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중은행들은 꾸준히 구형카드를 신형으로 대체해 왔지만 단위농협 등은 이 작업에 소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권의 현금카드도 모두 신형카드로 교체하지는 못한 상태여서 구형카드 소지자는 위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게 금융계 관측이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내부직원 공모 중앙컴퓨터 해킹고객이 버린 예금인출청구서 유출 자동화 기기 이용시 부주의로 인한 정보유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현재까지 조사한 바로는 내부직원의 공모나 해킹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사는 문제없나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현금카드의 보안성을 강화시켜 왔기 때문에 위조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에서도 유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중은행들도 안전지대가 아님이 입증됐다. 금융계에선 지방은행과 제2금융권 회사들도 위험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금감원은 구형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금융회사가 어디인지 조차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유사사고 발생가능성은 상존해 있는 상황이다. 대책 =사고를 당한 농협은 1천여만장에 달하는 고객 현금카드를 새로 발급해 주고 있다. 농협은 22일 현재 1백10만장을 교체했으며 이는 실제 사용되는 카드수(약 1백50만장)의 약 75% 수준이라고 말했다. 광주은행도 1백여만장에 이르는 현금카드를 교체해 주고 있다. 부산은행은 내부 보안시스템을 보완했다. 다른 은행들은 금감원의 조치를 봐가며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은행들의 초기 대처는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내부적 해결방안을 모색한 결과 계속되는 범행에 속수무책이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수언.김인식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