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반도체 등 한국의 간판 수출업종들이 외환위기 이후 기술.품질 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물량수출'에 더 주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외환위기 전후 수출구조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조선.정보통신.석유화학.반도체.철강 등 6대 산업의 가격경쟁력은 외환위기 전보다 좋아졌으나 비가격부문의 경쟁력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밝혔다. 수출제품이 생산비용에 비해 얼마나 비싸게 팔리는지를 평가하는 고부가가치화지수(수출단가지수/수출물가지수)는 반도체의 경우 97년 0.7 에서 작년 상반기 0.27로 급감했고 철강업종도 0.87에서 0.62로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97년 0.7~0.87 범위에 있던 6대 주력수출업종의 고부가 가치화지수는 작년 0.27~0.62 수준으로 동반하락했다. 반면 1에 가까울수록 가격경쟁력 우위에 있음을 나타내는 무역특화지수((수출-수입)/(수출+수입))는 조선이 95년 0.56에서 작년 10월기준 0.96으로 높아졌고 정보통신이 0.12에서 0.38로, 철강이 -0.04에서 -0.01로, 자동차가 0.86에서 0.88로 각각 증가했다. 연구원은 이같은 변화를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의 업종에서 수출단가 하락을 통해 수출규모를 늘리는 전략이 진행돼왔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정희식 연구위원은 "종합적으로 조선.자동차.정보통신 산업 등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있으나 고부가가치화 지수는 여전히 1보다 작아 열등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철강의 경우 중국 등 개도국의 저가제품 공세로 수출이 감소하는 추세며반도체 역시 세계적인 제품가격 하락에 고전하고 있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 외 ▲96년 49.6% 였던 미.EU.중.일 4대 수출시장의 의존도가 작년 11월말 57% 수준으로 높아졌고 ▲97년 이후 미국 수입시장에서의 비중이 3% 수준에서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사실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연구원은 이같은 수출주력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신규수출시장.틈새시장 개척 ▲적극적인 자유우역협정 체결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