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1일 경제부처들과의 정책토론회에서 '선진 금융인프라 구축' '경제시스템 개선' '재정건전화 방안' 등을 보고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경제부처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사전 조율을 거쳐 금융법 체계를 기능별로 재편하고 비상장사의 소유구조를 공개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 선진 금융인프라 구축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선진화된 금융인프라 구축을 위해 금융산업의 경쟁기반을 강화하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금융시장 환경조성에 주력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를 위해 명확한 전략에 따라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자율적이고 책임있는 경영시스템 확립을 꾀하기로 했다. 이같은 입장은 지금까지의 민영화가 뚜렷한 전략 없이 공적자금 회수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최근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 조흥은행 매각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금융의 통합화 추세에 맞게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 위주로 제정돼 있는 금융법 체계를 기능별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복잡한 금융법 체계가 점차 업무영역이 파괴되는 추세와 맞지 않을 뿐더러 과잉.중복 규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또 투명한 금융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대주주 등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할 경우 집중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증권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의 분리된 청산.결제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증권거래와 관련, 중복.분산된 기능을 합리적으로 개편해 투자자 편의를 제고키로 했다. 또 사외이사 제도의 내실화를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을 통한 기업의 책임경영 풍토 확립에도 힘쓰겠다고 보고했다. ◆ 경제시스템 개선 공정거래위원회가 보고한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 구축방안'에서는 자산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다른 회사 주식취득시 적용해 온 '사후심사제'를 '사전심사제'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들 대기업은 그동안 △합병 △영업양수 △회사신설 참여 때만 사전심사를 받아 왔다. 또 현행 출자총액제한 및 상호출자.보증 금지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 제외 및 예외인정 사유를 현행 19개에서 10개 안팎으로 줄이기로 했다. 현재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 계열사는 순자산의 25% 이상을 타기업에 출자하지 못하지만 △공기업 민영화 참여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 그룹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비공개 기업의 소유구조도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현재는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 대상인 43개 대기업그룹 계열사(7백4개사.지난해 4월기준)중 21.6%(1백52개사)만이 공개돼 있다. 이와 함께 업종별 가격담합(카르텔) 행위를 막기 위해 현행 '카르텔 일괄 정리법'의 적용대상에 법무사 등을 포함시켜 새로 정비키로 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공정위가 소비자를 대신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주고 승소시 피해보상액을 피해소비자들에게 나눠 주는 '공익소송제도'의 도입을 검토키로 했다. ◆ 재정 건전화 방안 재정개혁 분야의 핵심 방향은 '건전화'다. 국민경제 최후의 보루인 재정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또 재정건전화는 △체계적인 국가채무 관리시스템 구축 △세계잉여금의 국채상환 의무 사용 △국민연금 보험료와 급여체계 개선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인수위와 정부는 이를 위해 재정건전화 특별법 제정을 검토키로 했다. 이 법에는 국가채무의 범위를 법제화하고 세계 잉여금의 사용처를 법률로 정하는 동시에 3년 단위의 중기재정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매년 일반회계 세입 세출을 결산한 결과 남는 돈인 세계 잉여금의 30% 정도를 무조건 공적자금 등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토록 법제화하겠다는 대목이다. 현재도 관련 규정이 있긴 하지만 다소 느슨하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국채상환 용도와 규모를 법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파탄위기에 직면한 국민연금의 향후 손실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기반으로 지급액이 보험료를 초과,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결론이 나면 이를 조정키로 방침을 정했다. 또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도 제도 개선을 통해 적자폭을 줄여 갈 방침이다. 노 당선자의 공약인 지방분권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를 신설, 지방의 성장 역량을 확충하고 지역개발의 재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김수언.박수진.김용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