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유럽통화에 대해 15년래 최악의 폭락세를 보이는 요즘 관심은 온통 유럽 투자가들의 향배에 쏠려 있다. 그러나 정작 올해 달러화의 운명을 가름할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유럽이 아닌 아시아의 투자가들이라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판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작년말 미국 주식 및 채권 신규투자액 기준으로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국 투자가들은 유럽 투자가들을 제치고 선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미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의 40%를 아시아인이 차지, 불과 2년전의 2배로 불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것이 바로 유럽 투자가들의 미국 철수에 따른 공백을 메워주는 '균형추'의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달러화 회복세에 불을 붙이기에는 미흡했지만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세를 저지함으로써 외환시장의 동요를 막는데 크게기여했다고 지적했다. 미 존스 홉킨스 대학 `범대서양 관계연구소'의 세계경제전문가 조셉 퀸란은 "지금은 아시아인이 미국의 `자금줄'"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투자가들은 미국의 주식이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고 달러화도 과대평가돼 있다고 보고 지난해 미국 증권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축소했다. 특히 작년에 미 재계를 흔든 일련의 기업회계부정 및 지배구조 스캔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자극해 비(非)달러화 표시자산에 대한 투자를 부추겼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설명했다. 이를 반영,작년 1∼10월중 유럽 투자가의 미 증권 순매수 규모는 1천52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5% 감소했고 이 기간 유로화 사용권 12개국 투자가들은 1993년 이후처음으로 순매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움직임이 달러화 하락세를 촉발시켜 작년초 이후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가치는 16% 떨어졌고 스위스 프랑과 파운드보다는 각각 17%,10% 하락했다. 더욱이 달러화 가치가 올 연말까지 유로화에 비해 4∼8%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외환전문가들이 많은 실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반면 재무부 증권 등 미 연방기관 발행 증권에 대한 아시아 투자가들의 구매열기는 한층 뜨거워져 작년 1∼10월중 이들의 미 증권 순매수액은 1천560억달러로 유럽 투자가를 앞질렀다. 이는 1990년대의 연 평균 순매수규모가 470억달러 안팎이었던 데 비하면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 `9.11테러' 이후에는 한국과 대만,중국 투자가들이 미 채권시장에 적극 참여해 재무부 증권의 `랠리'에 기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말했다. 현재 아시아에는 금융기관 주위를 맴도는 과잉유동성이 대략 9천500억달러에 이르는 등 투자목적의 달러화가 넘쳐나는 실정이라며 이는 1997∼1998년 당시 `아시아금융위기'의 유산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아시아 투자가들이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투자처를 찾기 위해 세계자본시장을 두리번거리고 있다면서 특히 태국과 한국의 펀드매니저들은 과잉상태에있는 달러화로 다른 아시아국에서 달러표시 채권을 사려한다고 전했다. 현재 아시아 투자가들의 관심을 끄는 미국의 대형 채권발행업체로는 포드사의 금융자회사인 `포드 모터 크레디트'와 제너럴 일렉트릭(GE), `프레디 맥'(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 등이다. 유럽 업체들도 달러화 표시채권 뿐 아니라 유로 및 파운드화 표시채권 등을 사모형식으로 발행함으로써 아시아 투자가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 관심거리는 아시아 투자가들이 언제까지 달러화의 버팀목 역할을 해줄 것이냐라면서 그것은 아시아국 중앙은행들이 보유외환을 달러 대신 유로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로 다양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레베카 맥코린은 "아사이 투자가들이 미국에서 손을 떼면 달러화 지지세력은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한편 존스 홉킨스 대학의 전문가 퀸란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남북한이 재통일되면 아시아의 대규모 저축 `풀'은 전면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