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역사 1백년 만에 유럽이 민간 항공기 분야에서 미국을 제쳤다. 유럽 항공기제작 컨소시엄인 에어버스가 지난해 총 1백89대를 신규 주문받아 1970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미 보잉사(1백76대)보다 많은 비행기 수주건수를 올린 것이다. 미 노스웨스트 항공사가 보유 중인 보잉 중형기종을 전부 에어버스로 대체한게 대표적 예다. 에어버스의 선전은 유연성 및 경제성 덕분이라는게 자체 분석이다. 실제로 에어버스는 소형부터 대형에 이르는 모든 항공기의 조종석을 같은 디자인으로 설계, 조종사가 기종에 관계 없이 동일한 특성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따라서 에어버스 조종사들은 기종에 따른 별도의 교육을 거쳐야 하는 보잉사 비행기와 달리 어떤 기종이든 즉시 운행이 가능하다. 고유가 시대에 에어버스의 경제성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보잉 727이 시간당 1천2백45갤런의 연료를 소비하는데 반해 에어버스 A320은 8백갤런밖에 안들어간다. 에어버스측은 "차세대 모델인 5백50인승짜리 초대형 점보기인 A380에 대한 주문이 이미 95건에 달한다"며 대형기 시장에서도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보잉사가 차세대 프로젝트로 추진해온 초음속 비행기 개발을 지난해 포기한 점을 들어 일단 에어버스가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연구비로 1백억달러를 투자, 개발한 A380이 2006년부터 자금회수가 가능해 자금난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