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는 여성(Female) 감성(Feeling) 상상력(Fiction)의 '3F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사회 전반에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에서도 '우먼파워'가 거세져 여성임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신입사원중 여성비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세(勢)가 붇다보니 사내 여직원 모임의 질도 업그레이드됐다. 단순한 친목 모임이나 동호회 차원을 넘어서서 조직문화를 바꿔가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 사내에서 남성직원들로부터 이뤄지는 성차별 신고나 여직원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는 물론이고 멘토(mentor.후견인)제도 등 업무의 효율화를 겨냥한 제도를 도입하는데도 적극적이다. 지난 99년 8월 발족한 SK글로벌의 여직원 모임 '우커(우먼즈 커뮤니티)'는 친목 성격의 기존 여직원회와는 전혀 다른 개념의 모임이다. 이 회사 김승정 부회장도 열성 멤버로 회사차원의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우커'는 게시판을 통해 회사활동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회사 문화 바꾸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홈페이지에 'Q&A' 코너를 만들어 선배 여사원들이 업무관련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조언하기도 하고 핫이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일종의 멘토제도다. 이와 함께 자료실을 만들어 각 팀별 업무 사항과 수출입에 관련된 주요 용어 해설 및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사항들이 빼곡이 담겨있다보니 참여를 원하는 남자직원들이 많아 결국 남자직원들에게도 문을 열었다. '우커'는 또 여성적인 섬세함을 활용, '칭찬릴레이' 캠페인을 전개했다. 사무실 내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원을 칭찬 대상자로 한번 선정한 뒤 이 사람이 연이어 다른 모범사원을 추천하는 식이다. 20년의 역사를 지닌 LG칼텍스정유의 여직원모임 '다솜회'는 처음에는 단순한 친목모임으로 시작됐지만 공동강좌 마련을 통해 교양교육을 하는 등 활동영역을 넓혔다. 경영층에 건의해 여직원 전체가 정기적으로 공장을 방문, 현장을 직접 눈으로 익히는 기회를 만들어 냈는가 하면 여성고객에 대한 서비스 강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현대하이스코는 남성적인 업종이미지와는 달리 서울 순천 울산 등 각 사업장별로 여직원회가 활성화돼 있다. 서울사무소 여직원회 '넝쿨회'는 도서대여활동을 펼쳐 직원들의 정서함양을 돕고 있다. 순천공장 여직원회 '예지회'는 사랑의 사탕판매, 일일호프 행사를 열어 수익금을 모아 결식아동을 위해 기부했다. '넝쿨회'에서는 또 갓 입사한 여직원들에게 예절교육 등 업무관련 교육을 시키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여직원회 '다모아'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인의 근무환경에 따라 근무복을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회사측에 건의해 승락을 얻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은 불편한 여사원 유니폼 대신 남자직원들하고 똑같은 유니폼을 착용할 수 있게 됐다. 패션업체인 FnC코오롱은 업종 특상상 여직원 모임의 역사가 오래됐다. 이 회사 '청아회'는 복장자율화와 금연운동 등 사내 문화를 바꾸는데 일찍부터 나섰다. 그러나 이같이 여직원 모임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에서 여성들이 큰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효성의 여직원 모임 '효우리'의 신문숙 전 회장은 "사내에서 여직원 모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남자사원들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여직원들의 수가 예전보다 많이 증가한 상황에서 이들의 커진 목소리를 표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