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일본 마쓰시타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차세대 영상기록장치인 DVD레코더 표준화의 세계적 주도권 장악에 나섰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9일 "진대제 사장이 지난달초 일본 오사카에서 나카무라 쿠니오 마쓰시타 사장과 만나 DVD레코더의 기술표준화와 공동생산 및 공동마케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DVD레코더는 HD(고화질)급 디지털 영상신호를 기록,재현하는 장치로 VCR를 급속히 대체하고 있는 차세대 디지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 마쓰시타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램(RAM)방식의 DVD레코더 시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두 회사는 기술 교류와 공동마케팅을 통해 전세계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원천기술(마쓰시타)과 양산기술(삼성전자) 등 각사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에 따라 올해 대대적인 생산설비 확충과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DVD레코더의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1백50만대(15억달러)가량으로 예상되며 연간 2배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제2의 VCR전쟁 재현 현재 DVD레코더 시장은 램방식(마쓰시타,히타치,도시바)과 DVD-RW방식(파이오니아),DVD+RW방식(소니,필립스,HP,델)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시장규격 통일 작업이 무산돼 각자 갈 길을 가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DVD-RW방식의 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전세계 주요업체들이 표준화 경쟁에 휘말려 있다. 삼성전자와 마쓰시타의 이번 제휴로 지난 70년대 소니와 마쓰시타가 벌였던 VCR표준화 전쟁이 재현될 전망이다. 소니는 당시 기술적으로 뛰어난 베타방식을 먼저 선보이며 가정용 비디오 시대를 열었으나 VHS방식을 들고나온 마쓰시타가 기술 내용을 공개하고 RCA 등 시장 지배력이 큰 기업을 끌어들여 완승을 거뒀다. 이번에 북미지역 DVD플레이어 시장점유율 20%를 확보,1위인 소니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마쓰시타 진영에 합류해 소니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가속화되는 표준화 경쟁 세계 전자 업체들이 표준화 경쟁에 사활을 거는 것은 패배할 경우 시장에서 완전 도태되기 때문이다. DVD레코더의 경우 세 방식이 모두 상호 호환성이 없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경우 시장 영향력을 완전 상실하게 된다. 또 표준화 주도권을 장악하는 업체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로열티 수입을 챙길 수 있어 경쟁기업의 재기를 완전히 봉쇄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제휴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인지도와 생산기술,마케팅력을 활용하려는 마쓰시타의 필요성과 차세대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