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열린 올 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콜금리 목표를 현 수준(4.25%)으로 유지했다. 박승 총재는 "미-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과 베네수엘라 파업사태에 따른 국제유가의 큰 폭 상승,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려 등으로 주가와 시장금리가 동반하락하는 등 시장심리가 악화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세계 경제예측기관들은 올 해 상반기까지는 세계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우리 경제 역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상반기중엔 금리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하반기가 돼야 금리변동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경제 불확실성 고조 한은 분석에 따르면 일단 실물 경제는 소비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높은 신장세를 지속하고 설비투자가 미약하나마 회복되는 등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12월중 수출증가율은 27.4%로 2000년 8월(30.1%) 이후, 일평균 수출실적은6억7천만달러로 2000년 9월(7억달러) 이후 각각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폭등했던 주택매매가격은 정부의 안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둔화되면서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중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은 2조2천억원 증가에 그쳤다. 증가폭이 월평균(5조1천억원)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부도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기업 자금사정도 풍부하다. 하지만 미-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급등하고 있고 소비가 급격하게둔화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는 지정학적 위기감을 키우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때문에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있고 경기체감지수는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 12월중 소비자물가는 농산물가격 급등과 개인서비스요금 상승으로 전월대비 0.5% 급등, 올 해 물가안정에 암운을 드리웠다. 한은은 올 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작년(2.7%)보다 높은 3.4%로 예상하고 있으나이를 벗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달러약세가 지속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지속, 올들어 원.달러 환율은 1천200원대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한은은 올 해 20억∼3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최근의 수입급증과 유가상승, 악화되고 있는 소득수지와 수출채산성 등을 감안하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상반기중 금리변동 없을 듯 이같은 대내외 불확실성과 세계경기 침체로 올 상반기중 한은이 금리에 손을 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물경제가 아직은 견조해 금리인하로 경기를 부양할 정도는 아니다. 가계대출이 크게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신용불량자가 계속 늘고 있는 등 가계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상황도 아니다.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는 조짐이나타나지않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단기전으로 마무리되고 북핵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된다해도 경제회복은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박승 총재는 기회있을 때마다 "당분간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감안해야하며 경제 불투명성이 지속되고 있는만큼 금리를 내리거나 올릴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연구소들도 상반기중엔 콜금리의 변동이 어려울 것이라는데 의견을같이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대내외 악재를 고려할 때 상반기엔 GDP성장률이 5%대 아래로 위축되고 하반기가 돼야 5% 이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상반기중 금리변동 요인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소 김기승 연구위원도 "미-이라크 전쟁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모르지만 단기전을 전제로 해도 세계경제는 하반기중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견해가대세"라면서 "하반기 경제 회복을 감안한 선제적인 조치를 상정해도 1.4분기 이전금리를 움직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