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지시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9일 오전 감사원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결정에 대한 특감을요청함에 따라 공정위에 '비상등'이 켜졌다. 노 당선자의 강력한 재벌개혁공약으로 한껏 기세가 올랐던 공정위는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이 공정위의 인수위 업무보고날인 이날 오전 "임채정 인수위원장이 오늘아침 감사원에 구두로 과징금 취소결정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고 발표하자 충격을받은 듯했다. ◆ '감사' 어떻게 결정됐나 인수위측은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청이유에 대해 "인수위 차원에서 진상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요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요청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감사원법상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자의 직무처분에 대해 이해관계자는감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또 감사원 내부규정에 국회,지방의회,시민단체, 300인 이상 시민들은 공익과 관련한 사항에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며 감사청구의 근거를 밝혔다. 지난 98년 인수위에서도 PCS사업자 선정의혹 등 4건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한 전례가 있다는 점, 인수위의 요청에 감사원이 "하자가 없다"고 밝힌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인수위는 이미 연초부터 이 문제에 대해 당선자의 지시로 경제1분과 인수위원이나서 공정위측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고 설명도 들은 바 있어 이미 상당수준의 자료는 축적하고 있는 상태다. 조사를 담당했던 인수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고 법적근거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혀 "언론사의 경영사정과 공익성을 근거로 판단한 독자적 결정"이라는 공정위측의 설명에 설득력이 부족했음을 시사했다. 인수위와 감사원의 이같이 '확고한' 입장으로 빠르면 주말께부터 감사원이 공정위 관계자들에 대한 직접감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철회결정, 번복될까 당선자와 인수위측의 이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결정번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 공정위측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영형편 등을 이유로 분납.경감을 요청해온 언론사들의 요청을 받으면서 상당기간 취소시의 법적 문제에 대한 검토를 벌여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도 "감사원법상 처분에 법적 하자가 명백하면 감사원이 해당기관에 시정요구를 할 수는 있지만 쉽지는 않다"며 "공정위가 과징금경감에 관한 규정을어겼다는 일부 주장이 있지만 이 규정은 부과처분 당시에 적용하는 규정이지 사후취소.경감에 관한 규정이 아니므로 그같은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수위 고위관계자도 이날 "결론 자체의 번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결정과정에서 하자가 없었는 지를 살펴볼 것이며 감사원이라는 공식기구가 조사해서 명백하게 밝혀준다면 국민의혹을 풀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혀 취소자체보다는 '경위소명'이 감사의 주된 내용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 인수위내 미묘한 기류 당선자의 지시에 따른 '감사요청'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인수위가 보여준 행보는 의사결정구조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달 30일 공정위의 결정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다음날 아침"유감"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경대응 움직임을 보였으나 바로 그날 이남기 공정위원장 등 공정위 고위관계자들이 인수위를 방문해, 임 인수위원장에게 사정설명을 하자"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새해로 넘어오면서 이 결정은 노 당선자의 조사지시로 다시 뒤바뀌었고마침내는 감사원 감사요청으로까지 확산됐다. 문제를 일으킨 공정위뿐 아니라 인수위의 위상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주는,엇길린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움직임으로 볼 때 과징금철회결정이나 문제삼지않겠다는 발표가 당선자의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감사원 감사를 통해 단순한 철회결정의 번복보다는 문제가 처음 비롯된 근원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