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첫 경제운용방향이 새해가 시작된 지 일주일도 더 지난 8일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경제분야 장관회의를 통해 발표된 올해 경제운용방향은 이전의 경제운용방향과 비교해 볼 때 불확실한 대외여건속에서 '성장잠재력 배양'과 '더불어 사는 복지와 고용' 등 노무현 차기 정부의 컬러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대외위험에 노출된 한국경제 올 세계경제는 3%선의 성장을 예상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라크전이 과거 91년 걸프전처럼 단기간에 끝나면서 유가 등에 중장기적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마련된 '낙관적' 시나리오다. 정부는 올해 평균 원유도입단가를 배럴당 22.3달러(두바이유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미 유가가 30달러선을 오르내리는 점을 감안하면 장담하기만은 쉽지 않다. 더구나 교육.관광 등을 중심으로 매년 악화일로를 걷는 서비스수지에 유가가 장기간 고공비행을 한다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20억∼30억 달러선으로 전망되는 경상수지방어도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상태다. 다만 미국중심의 IT(정보기술)산업이 PC교체수요의 증가로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반도체가도 PC수요 회복에 맞물려 회복될 것이라는 점은 그나마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경제가 기대를 걸 수 있는 희망으로 평가된다. ◆ 유보된 '7% 성장론'과 성장잠재력 확대 정부는 현재 5%대 전반인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없이 연 7%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인수위측에 납득시켜 초점이 됐던 '7% 성장공약'은 일단 유보하고 대신 '5%대' 성장전망과 3%대의 물가상승률을 제시했다. 또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금융.세정 등을 통한 내수부양책은 가계부실 등 금융의 위험성을 높이는 등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대신 5%대에 그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작업에 주력하기로 하고 투자활성화와 미래성장잠재력 확충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과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확대 ▲국책은행 설비투자자금공급과 보증공급확대를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농지전용허가권을 지자체에 위임하고 한계농지전용을 늘리며 준도시.준농림지역을 개발이 가능토록 하는 등 토지규제를 대폭 풀고 '경유 승용차도입'에서 보여주듯 환경규제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투자활성화의 핵심인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필두로 제조업외에 지식산업과 디자인업 등을 조세감면에 포함시키는 한편, 외국인을 위한 의료.주거시설.학교에 대한 지원을 외국인투자구역밖까지 늘릴 계획이다. 미래성장잠재력을 늘리는 방안으로는 차세대 전략산업인 정보기술, 환경, 생명공학기술 등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이공계 학생에 대한 장학지원과 연구개발투자확대를 위한 방안이 제시됐다. 특히, 고용창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조업과 차별적인 금융.세제지원과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인천공항 2단계 확장. 부산신항 및 광양항확충과 배후부지개발, 5대 권역별 내륙거점수송 네트워크구축 등 물류인프라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시장개방의 국제적 대세에 맞추기 위해 도하개발아젠다(DDA) 개방대책을 마련하는 부분과 한-일본,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추진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 규제는 풀고 구조조정은 지속 정부는 '직접.일률규제는 시장규율로 대체한다'는 기업규제의 대원칙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인허가 등 기업관련규제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투명있고 활력있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부실징후기업 관리강화와 정리대상기업의 신속퇴출, 은행민영화와 증권.보험시장재편 등 기업.금융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주가조작,분식회계 등 금융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증권집단소송법의 도입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자본시장중심 자금흐름체계를 마련한다는 대원칙하에 ▲지수선물이관 ▲배당지수개발 ▲투자일임업 무제한 허용을 통한 증권사의 투자은행화촉진 등의 방안도 제시됐다. ◆ 신도시건설 등 주택.고용.복지정책 인수위와 합의를 거친 이번 경제운용방향에서는 새 정부의 성격을 드러내듯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해 방점이 찍혀 있다. 주택정책분야에서는 공약사항인 연간 50만호 주택건설추진과 함께 수도권지역에 2∼3개의 신도시를 추가건설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상반기중 후보지를 선정키로 했다. 행정수도건설을 위해 전문가가 참여하는 작업반을 구성하는 등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방안도 구체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삶의 질'개선차원에서 주 5일 도입문제를 마무리짓고 수급자의 급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시대상을 늘리며 비정규직과 5인미만 사업장까지 국민연금 사업장근로자 가입대상도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고용확대와 성장잠재력확충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방침하에 여성과 노인의 고용을 늘리는 정책도 중점추진과제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