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단순하고 비싸게.' 미국 소비시장의 새해 신조류는 이 세 단어로 요약된다. 어린이 장난감 시장에서는 첨단기술의 발달로 '미니'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청년층 의류문화는 '심플한 복고풍'이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말 경제호황으로 부를 일군 상류계층에서는 경기침체에도 불구,'가능하면 비싼 고급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장난감시장의 '미니' 돌풍 연중 판매량이 가장 많은 지난 연말연시 장남감 시장의 주제는 '미니'였다. 원격조정장치가 장착된 초소형 자동차가 가장 인기를 끌었고,컴퓨터와 게임기시장에서도 작은 하드웨어가 많이 팔리고 있다. "최근 2년 간 눈길을 끄는 새로운 차원의 청소년용 상품이 등장하지 못하면서 기존 제품을 작게 만들어 파는 것이 새로운 추세가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장난감 중에서도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는 무선컨트롤 자동차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X박스 게임큐브 플레이스테이션2 등 게임기 시스템도 크기가 소형화되고 있다. ◆청년층에선 '심플 패션' 유행 거대 잡지회사인 타임과 허스트가 발행하는 자매지인 '리얼 심플'과 '치크 심플'의 인기가 상한가다. 슈퍼모델 등 유명인사보다는 보통 사람을 등장시키는 리얼심플은 창간 2년도 못돼 1백만부 넘게 팔리고 있다. 구독률이 40% 이상 늘었고 광고페이지는 무려 70% 가까이 증가했다. 10~30대 사이의 의류 감각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영업이 부진했던 갭은 '단순미'를 강조한 덕에 지난 연말 전반전인 경기부진속에서도 매출이 6% 늘어나는 등 2년 만에 첫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리바이스도 단순해지는 추세를 반영,'타이프1'이라는 복고풍 브랜드를 선보였다. 나이키가 20대를 겨냥,개발한 요란한 장식을 피한 심플한 농구화 '에어포스 1'은 지난 한해 8백만켤레가 팔렸다. ◆중년층의 '고급화' 바람 90년대 증권시장 활황과 최근 부동산 급등으로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비싼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가격이 내려가면 오히려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일컫는 경제용어인 '기펜재(Giffen's goods)를 따 '기펜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비싸기 때문에 사는' 이들 기펜족들의 영향으로 최고급 양주인 조니워커 블루가 잘 팔리고 있다. 노키아 계열사인 버투는 웬만한 자동차 한 대 값인 1만9천4백50달러짜리 핸드폰을 판매하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